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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상속으로

[트위터 10년] 친구는 3명, 페친은 5천명… SNS ‘관계’를 재정의하다

 

 


 

전세계 사람들을 엮어주는 ‘손가락 혁명’
반면 진지하지도 않고 얕은 논의 부작용도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트인낭) 지적 나와


[헤럴드경제=신동윤ㆍ고도예ㆍ김지헌 기자] #1.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라 부르는 직장인 박모(34ㆍ여)씨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자취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친구라곤 3명에 불과한 박씨지만 트위터에선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불린다. 팔로워가 5000명이 훌쩍 넘는 그녀는 사회 유명인들은 물론 생전 한번 본적 없던 사람들과 시사문제나 개인적인 고민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주말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박씨는 “SNS가 있기 전엔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며 “특히 선거 등이 있을 때 내가 원하는 정당과 후보를 위해 실시간으로 지지자들과 함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당선하는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2. 서울시내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김모(23)씨는 최근 한 업체에 의뢰해 트위터를 비롯한 SNS 계정에 있던 정치적 발언이나 과거 여자친구에 대한 기록 등을 모두 지웠다. 취업 시 기업들이 지원자들의 SNS를 들어가 해당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찾아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SNS의 조상 격으로 불리는 트위터가 21일 10주년을 맞았다. 트위터를 필두로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또다른 SNS가 속속 등장했고, 이를 통해 맺어지는 ‘디지털 인맥’은 학연ㆍ지연ㆍ혈연만큼이나 중요해지며 사회적 관계 맺기의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SNS의 존재감이 커진만큼 그 그림자도 짙게 드리웠다는 지적이다.

 

열살이 된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 월 평균 이용자 수가 3억2000만명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트위터를 포함해 페이스북이나 위챗, 카카오톡, 라인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든 SNS의 사용자 수는 지난해 19억6000만명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전세계 사람들을 엮어주는 장점 덕분에 물리ㆍ시간적 제약으로 만나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SNS는 ’공론의 장‘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SNS로 기존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타인의 의견에 서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SNS는 사회적 균열을 최소화하는 풀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 당시 SNS를 통한 투표인증샷 올리기가 유행했다. 이 덕분에 실시간 투표율이 SNS를 타고 수시로 공개됐고, 투표 참여가 하나의 놀이처럼 여겨지며 투표 참여에 평소 냉담하다 여겨졌던 젊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하게는 지난 2011년 중동 지역의 민주화 바람을 몰고 왔던 ‘자스민 혁명’도 트위터의 힘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밖에도 SNS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정부 역시 구호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반면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트인낭)”라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말처럼 SNS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40자라는 짧은 분량에 의견을 녹여야 하다보니 정치ㆍ사회ㆍ경제적인 분야 등 진지하고 싶도 깊은 논의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야 하는 내용들도 파편적으로 논의되며 깊이가 얕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명 시사평론가의 경우에도 책을 통해 사회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과 트위터를 통해 언급하는 말의 수준 차가 너무 크다”며 “정보와 지혜를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단어로 상대방을 화를 돋궈 SNS상은 공론의 장이라기보단 싸움터가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속도면에서 강점이 있는 SNS가 확인되지 않은 일명 ’찌라시‘ 내용을 그대로 실어나르며 루머를 양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참사 당시 트위터는 각종 확안되지 않은 루머가 확산되는 채널 역할을 톡톡히하며 SNS가 정보 불신의 씨앗이 됐다”며 “이로써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현상을 부추겼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직장 생활 등에서도 SNS를 통한 개인 생활 침해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며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선 지난달부터 미리암 엘 콤리 노동장관이 중심이 돼 노동개혁법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포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는 업무시간 외에 SNS를 통해 상사가 직원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이다.

 

또, 국내에선 취업 시 기업에서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지원자의 과거사와 사상을 검증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등 개인의 자유 침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지적도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기사/사진출처_헤럴드경제/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