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세상속으로

'코빅' 한부모가정 비하…모욕죄 적용될까?

 


 

 

모욕죄 성립하려면 '특정성·공연성·모욕성' 인정돼야
 
개그맨 장동민과 김성수 tvN대표, tvN 코메디빅리그(코빅) 담당 제작진 전원이 고소를 당했다. 지난 3일 방송한 코빅의 한 코너인 '충청도의 힘'에서 한부모가정을 공개적으로 비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까.


"쟤 때문에 부모 갈라선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은 지난 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개그맨 장동민과 조현민, 황제성, tvN코메디빅리그 담당 PD 박성재외 구성작가 및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 전원, 김성수 tvN 대표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한부모가정의 아이들과 이혼의 당사자인 부모들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조롱해 대한민국의 모든 한부모가정 구성원들에게 극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모욕행위를 직접 실행하거나 이를 조장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은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회원 수만 8만여명에 이른다. 연합 측은 "형사 고소에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며 "절대 고소를 취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빅 측은 지난 3일 '한부모가정 자녀와 친구들'을 캐릭터로 설정해 이들간 에피소드를 다룬 새 코너 '충청도의 힘'을 방송했다. 연합 측은 출연진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대화가 한부모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모욕 행위인지를 알고서도 가학적 행위로 억지웃음을 주어 인기를 끌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모욕행위를 행했다"고, 제작진에 대해서는 "한부모가정 자녀들에 대한 모욕행위를 하도록 함께 범죄를 실행한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모욕죄 성립요건 '특정성·공연성·모욕성'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특정성)돼야 하고 △모욕적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공연성)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큼 경멸적 표현(모욕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들은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모욕죄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이 경우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다.

 

은율종합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변호사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모욕죄는 피해자가 특정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한부모가정 자녀 집단은 가족의 구성방법에 따라 분류된 집단의 명칭이라 개개인을 특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민사소송에서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혜정법률사무소의 조혜정 변호사는 "피해가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이 경우 그 범위가 너무 넓다"며 "단체 쪽에서도 법률검토를 했다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텐데 무엇보다 경고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A변호사 또한 "'서울시민' '전라도민' 같은 경우 범위가 넓어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이 안 되는데 이 경우에도 범위가 너무 넓다"며 "여론의 법 정서 상에서는 모욕죄에 해당하겠지만 법원의 판단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vN 측은 논란이 일자 이날 해당 코너를 폐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충청도의 힘'은 한 회 방송을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집단이라도 개별 구성원에게 영향 미칠만큼 강도가 높다면 모욕죄 해당"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추상적 판단' '경멸적 감정' 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법원마다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모욕 행위라고 모욕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은 A씨는 늦게 도착한 경찰에게 항의하며 '아이 씨X'이라고 말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은 유죄 판단을 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칭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쓴 '혼잣말'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는 교회 장로들의 기도모임을 '종북좌파 사탄 마귀 세력'이라고 신문에 광고를 한 목사가 모욕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법원은 집단을 향한 모욕의 내용이 개별 구성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강도가 높다는 점, 누구나 볼 수 있는 신문에 광고를 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만큼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관련 조항에 대해 몇 차례 헌법소원이 청구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모욕죄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이 모욕죄에 대한 객관적 해석기준을 제시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없는 점 △모욕적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지할 필요가 있는 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형사처벌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상당수 국가에서 모욕죄가 부분적으로 폐지되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박보희, 송민경(변호사) 기자
출처_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