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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남의 일 아닌 ‘불의 고리’…들이닥친 ‘지진포비아’

 

 



-많은 시민들 “국민안전처 지진 대처 긴급문자 안왔다” 불만

 

-지진 걱정 확대재생산…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상대적 안전”

 

-“내진율 높이고 위험안내 시스템 완비 등 노력 필요해” 의견

 


지난 14일과 16일 한반도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지진포비아(Phobiaㆍ공포증)’가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

 

18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4~16일 119와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지진 관련 신고는 총 3908건에 이른다. 이중 3400여건은 규모가 더 컸던 2차 지진 발생 후 집중됐고, 지진 발생지인 일본과 가까운 부산(1503건), 경남(708건), 울산(697건) 등에 신고가 몰렸다. 일부 지역에선 119 신고전화가 폭주해 마비됐다.

 

이에 많은 주민들이 지진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울산에 사는 이모(59) 씨는 “식탁 위 등이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화분에 올려 놓은 작은 자갈이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로 지진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언제든 집밖으로 뛰쳐나가야 하는 것 아닌지 가족들끼리 불안해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어 이 씨는 “폭설 등이 예상될 때도 왔던 국민안전처 안내 문자가 지진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때도 오지 않았다”며 “정부의 허술한 지진 발생 대비를 보니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지진 발생 당시 불안함을 설명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부산에 살고 있다는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은 “커튼이 혼자 흔들리며 벽에 부딪히고, 어항 속 물이 크게 움직였다”며 “술기운 때문에 어지러운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진동을 느꼈고, 이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아파트를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고 했다. 이 밖에도 고리ㆍ월성 등 일본과 가까운 부산ㆍ경남권에 집중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이 그간의 법칙을 거슬러 발생한 것 역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지난 100년간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거의 일어난 적이 없던 규슈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인데다, 강진 후엔 대부분 강도가 낮은 여진(餘震)이 발생한다는 법칙을 깨고 첫 지진(진도 6.5) 발생 이틀 뒤 16배가 강한 지진(진도 7.3)이 발생하는 등 예외성이 높았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모(29) 씨는 “이번 일본 규슈 지진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스르는 측면이 많았다”며 “그동안 한반도는 환태평양 조산대 위가 아닌 유라시아 판 가운데 위치해 대형 지진의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왔지만, 이 같은 법칙도 충분히 깨질 수 있는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각종 지진 관련 가설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두려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가장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은 환태평양 지진대를 가리키는 ‘불의 고리 50년 주기설’이다. 지난 17일 이 지진대에 속하는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한반도도 강타할 것”, “올해 잠잠했던 지진 횟수는 대형 지진의 전조” 등의 글들이 온라인에서 지진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불의 고리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과 한반도의 연관성은 높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환태평양조산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며 “국내 지진은 판끼리 충돌하는 것 보단 깊은 지하의 지각 변동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그마 등으로 인해) 지하 암석이 약해지면서 주변의 땅이 움직이는 지진은 판과 판이 부딪치는 지진보다 더 불규칙하고 좁은 지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차종호 호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건축물의 고층화, 지하화 등이 발달하면서 위험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은 위험 자체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차 교수는 “내진율을 높이고 지진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으로 긴급문자 등을 통해 위험을 알리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위험에 대한 일반인의 불안감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윤ㆍ이원율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출처_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