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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스펙? "제 얼굴 평가해주세요"

 

 


‘외모 불이익 있을까요? 객관적으로 평가해주세요.’

 

이달 초 취업준비생 김모 씨(29)는 회원 200만 명이 넘는 네이버 유명 취업정보 카페에 자신의 ‘생얼’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3년 동안 기업 수십 곳에 입사하려 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스펙’이 크게 나쁜 것도 아니었고 면접 질문에 그 나름대로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첫인상이 문제인 걸까.’ 김 씨는 답답한 마음에 다른 취업준비생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이마를 드러내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한다’ ‘안경 말고 렌즈를 껴보세요’ 등 하루 만에 2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김 씨는 “조언대로 스타일을 바꿔본 뒤 다시 사진을 찍어 올려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최근 김 씨처럼 인터넷에 자신의 외모를 평가해 달라는 글을 올리는 20, 30대가 늘고 있다. 과거 10대들이 외모를 뽐내기 위해 ‘포토샵’으로 보정한 사진을 올리던 때와 달리 요즘 20, 30대는 예쁘게 나온 사진이 아니라 실물이 잘 드러난 사진을 골라 올리며 냉정한 평가를 부탁한다.

 

직장인 김모 씨(34·여)는 이달 초 네이버 유명 패션 카페에 ‘셀카’ 사진과 함께 ‘냉정하게 얼굴을 평가해주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3년 넘게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외모 때문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글을 올린 지 5분 만에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무슨 자신감이냐’며 비아냥거리는 악성 댓글도 있었지만 ‘화장법을 바꾸면 어려 보일 것 같다’ ‘앞머리가 안 어울린다’ 등 친구나 가족들에게는 듣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조언이 많았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은 눈치를 보기 때문에 좋은 말만 한다. 결혼정보업체 등에 자문하려면 돈을 써야 하지만 인터넷 카페에서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외모 평가를 요청하는 글은 포털사이트 카페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 김 씨가 글을 올린 카페에만 최근 1주일 동안 외모 평가를 요청한 글이 30개가 넘었다. 외모 가꾸기에 소질이 있다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자신에게 쪽지로 사진을 보내주면 전문적으로 외모를 평가해주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세태라고 입을 모은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하기 힘들고 결혼하기도 더 어려워지자 젊은 세대가 느끼는 무기력감이 커지면서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외모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힘든 시기에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라는 의견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인의 기대와 달리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의 원인을 다른 사람을 통해 찾고 해결해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자존감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환/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기사출처_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