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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45만원, 홍광호 25만원…웃돈 치솟는 티켓값?

 

 

 

 

 

지난달 19일 오후 2시, 조승우·옥주현의 첫 만남인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티켓판매가 시작됐다. 이른바 ‘피켓팅’(피 말리는 티켓 예매 경쟁)이었다. 5회차 6000여 장의 티켓은 4분 만에 다 팔렸다. 흥미로운 건 이 다음이다. 매진 5분도 안돼 ‘스위니 토드’ 티켓이 온라인상에 버젓이 등장했다. 적게는 3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서다.

 

‘스위니 토드’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엔 공연 임박해 ‘갑자기 갈 수 없어 양도합니다’라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체면도 없다. 부수입 챙기겠다며 노골적이다. 우리끼린 ‘차라리 티켓 몰래 빼내 알바하는 게 남는 거 아니야’라며 허탈해한다”고 토로했다.

 

팬덤 비즈니스의 일탈인가, 진화인가. 공연 티켓 값이 요동치고 있다. 이름없는 영세 공연은 80% 할인 등 덤핑 판매가 비일비재한 데 반해, 초특급 스타의 콘서트·뮤지컬 등은 정상가보다 몇배 높은 가격대 거래가 성행중이다. 예매 사이트를 통한 제작사-소비자간 직거래와는 또 다른 형태의 기존 구매자-소비자간 2차 유통 시장도 확대일로다.

 

과거에도 온라인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티켓의 양도·구매는 공공연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2차 유통 시장이라 불릴 만큼 폭등한 가격 거래가 활발해진 건 지난해 5월 ‘티켓베이’라는 사이트가 오픈하면서다. 티켓베이는 직접 거래를 하진 않고, 기존 구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장(場)으로서만 역할한다. 대신 거래가의 10%를 수수료로 뗀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수록 많은 수익을 챙기는 셈이다.

 

최근엔 홍광호 출연의 ‘빨래’ 마지막 공연이 정상가(5만원)보다 5배 높은 25만원에 거래됐다. 조승우의 ‘헤드윅’ 역시 1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곤 했다. 똑같은 공연이라도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값은 확연히 달랐다. 현재 티켓베이에서 인기 있는 뮤지컬은 빅스의 레오가 출연하는 ‘마타하리’, 조정석·변요한의 ‘헤드윅’, 홍광호의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이다. 팬덤의 결집력이 뚜렷한 콘서트 값은 더 치솟는다. 방탄소년단과 김준수의 콘서트는 ‘45만원 티켓’이 시장에 나와 있다.

 

제작사는 발끈하고 있다. 뮤지컬 ‘빨래’ 류미현 프로듀서는 “제값에 공연을 볼 수 있는 관객이 엄청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정거래를 해친다”라고 말했다.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는 “엉뚱한 유통업자가 마진을 너무 많이 떼가는 꼴”이라고 씁쓸해했다.

 

6월에 콘서트를 여는 김준수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아예 공식 입장을 2일 발표했다. “공연 관람 목적이 아니라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티켓을 구입하는 사례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부정 구매자로 의심될 경우 법적으로 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ID 판소녀’는 “가뜩이나 호주머니 얇은데, 뮤지컬 관객을 호갱으로 아는 모양”이라고 꼬집은 데 반해, 대학생 김모(26)씨는 “웃돈 주고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티켓베이측은 “프리미엄이 붙기도 하지만 할인가도 나온다. 해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점차 수요와 공급 양측의 필요에 맞춰 자연스러운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티켓베이 등을 ‘온라인 암표거래’라고 무작정 비난만 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공연의 실질적 가치를 측정하는 정보 제공의 기능도 한다는 반론이다. 실제 모 공연 기획자는 “우리 공연이 2차 유통시장에 노출되지 않으면 솔직히 속이 탄다. 그만큼 인기 없다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동국대 여준상 교수(경영학과)는 “팬덤에 따라 가격의 탄력성은 불가피하다. 사재기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기사출처_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