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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단죄”… 인권 논란에도 ‘얼굴 공개’ 여론 더 높다

 

 

 

 

함께 살던 회사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조성호(30)가 7일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후드 집업에 청바지를 입은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진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했다. 모자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은 그대로 공개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엔 실명과 나이까지 밝혔다.

 

흉악범의 신상공개가 시작된 지 6년이 흘렀다. 그동안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20대 여성을 납치한 뒤 토막 살인한 오원춘 등 5명의 얼굴이 정식으로 공개됐다. 흉악범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가능하다. 2009년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 당시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2010년 4월 개정됐다.

 

특강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재량권을 줘 흉악범 얼굴 공개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흉악범 신상공개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강법 8조 1항은 4가지 요건을 갖춘 경우 흉악범의 얼굴,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①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것 ②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③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④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 그것이다. 다만 같은 법 8조 2항은 공개 시 피의자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남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이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얼굴 공개를 제한했다. 피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범인 초상권도 인권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는 권고를 내린 후 2005년 10월 경찰청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 얼굴은 모두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가려졌다.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태도를 바꿨다. 법 개정 전인 2010년 3월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살해했던 김길태의 얼굴을 공개했다. 당시 경찰청 김중확 수사국장은 “그동안 피의자 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한 측면이 있어 앞으로 사안에 따라 흉악범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 뒤로 김수철, 오원춘, 동거녀 살인범 박춘풍, 아내를 살해하고 시화호에 유기한 김하일, 안산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아내의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한 김상훈 등의 얼굴을 공개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자신의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서초구 세 모녀 살해사건’ 피의자 강모(49)씨, 아이를 학대해 죽게 만든 ‘원영이 사건’의 아버지 신모(38)씨의 얼굴 등은 잔혹성이나 대중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았다.

 

흉악범 얼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추가범죄 수사, 유사범죄 사전예방 등을 위해 필요하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8일 “특강법상 요건에 맞으면 일관되게 무조건 얼굴을 공개하는 게 맞다”며 “피의자에게 모자와 마스크까지 가져다주는 것은 피의자 인권 과잉보호”라고 말했다. 이어 “증거가 뚜렷할 경우 얼굴을 공개하기 때문에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지 않고, 피의자 가족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등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흉악범 얼굴 공개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기사출처_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