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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불편할 수 있는 작품…질문으로 읽어 달라"

 

 

 

 

 

"맨부커상 예상해…참 이상한 느낌"
신간 '흰' 출간…"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자신의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강은 24일 서울 홍대 인근 한 카페에서 수상 이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는 좀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주셨으면 하고 11년 전에 제가 던졌던 질문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맨부커상 수상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당시 시차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상태여서 별로 현실감 없는 상태로 상을 받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10년 전 소설인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 이렇게 먼 곳에서 상을 준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기쁘다기 보다는 참 이상하다 이런 느낌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글 쓰는 사람은 그냥 글 쓰라고 하면 좋겠다. 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된 다음에 아주 먼 결과인 것이다"라며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표하기도 했다.

 

데보라 스미스의 영문판 번역에 대해서는 "소설에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데보라의 번역도 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번역이었다"며 "채식주의자 1장에서 영혜가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을 제 감정 그 톤 그대로 번역했다고 느꼈고 마음이 통했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한 작가는 그의 작품 집필 방식에 대해 "생각과 질문들이 장편소설의 끝에서 다음 소설의 시작으로 이어져가는 방식으로 소설을 써 왔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소설로 마지막 장면에서 앰뷸런스 차창 밖을 내다보는 시선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다시 다음 작품인 '바람이 분다 가라'의 시작으로 이어지며 "우리는 과연 이 삶을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음 작품 '희랍어 시간'에서는 "인간의 어떤 지점을 보면서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는 다시 "인간의 연하고 섬세한 그런 자리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소년이 온다'로 연결됐다.

 

'소년이 온다'의 질문은 이날 발표한 신작 '흰'으로 이어진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 출간 직후 인간의 어떤 밝은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흰은 소설과 산문과 시의 경계에 있다. 총 65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일부는 시처럼, 전체로는 소설처럼 읽힌다. 작가는 '흰'이 삶과 죽음 사이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201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 늦여름부터 겨울까지 머물렀다. 1994년 90% 이상이 폭격으로 파괴되고 재건된 도시에 머물면서 그 도시를 닮은 사람을 상상했다. 그 사람에게 삶의 어떤 부분을 주고 싶다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흰 것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한 생명, 빛, 밝음, 눈부심 같은 것들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산문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한 조금 이상한 책이라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려서 다듬었다."

 

한 작가는 현재 '흰' 이외에 '소년이 온다'와 연결되는 또 다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발표한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을 시작으로 연결되는 3부작 장편소설로 '혼 3부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에 대해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는 사회적 맥락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소설이었다"며 "새로운 장편은 사회적 맥락을 가져가면서 윤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 '고통'에 대해서는 "어릴 적부터 언제나 숙제처럼 있던 것이 언제나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평화롭게 산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평화로워질 수 없다"며 "고통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고통이) 우리 삶의 일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기사출처_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