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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상속으로

쑨양 살린 중국, 박태환 버린 한국?

 

 

 

박태환과 쑨양은 한국과 중국이 낳은 세계적 수영스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 선수가 남자 자유형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린 점도 같습니다. 또 두 선수 모두 금지약물 복용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진이 보여주듯이 아시아 수영을 빛낸 두 선수의 현재 처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박태환은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묶여 리우올림픽을 가느니 마느니 하면서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선처를 호소해도 칼자루를 쥔 대한체육회는 요지부동입니다.

쑨양은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지난주 중국의 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리우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진출할 것이란 소문이 이미 파다합니다. 쑨양은 그동안 여러 차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끼'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연예기획사는 쑨양의 고향인 저장성 항저우에 연고를 두고 있는 회사입니다. 중국 매체들은 "현재 중국 최고 스포츠 스타로 평가되는 쑨양이 파격적인 금액을 보장받고 계약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은퇴 이후에도 명예와 부를 이미 확보한 상황인 것입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라이벌이었던 박태환과 쑨양의 명암은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이 쑨양을 살린 반면 한국은 박태환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2014년 5월 중순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수영선수권대회에서 도핑 테스트 결과 쑨양의 A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습니다. 하지만 중국 반도핑기구(CHINADA)는 자격정지 3개월이란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뒤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징계가 시작되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쑨양은 B샘플 검사도 포기했습니다.

 

쑨양은 6월15일쯤 전담코치인 장야둥과 함께 호주 골드코스트로 극비리에 전격 출국해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징계가 끝나는 날에 맞춰 8월16일 중국으로 귀국했습니다. 8월16일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제출 마감 시한이었습니다.

 

쑨양은 결국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 계영 400m 우승으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1년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던 주치의 바전은 징계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수영장에 들어와 쑨양에게 물리 치료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후원업체 직원용 출입증을 달고 버젓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습니다.

 

중국 반도핑기구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2014년 11월에야 쑨양의 도핑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적발된 2014년 5월부터 6개월간 중국 스포츠계는 '007' 영화를 연상케 하는 '쑨양 구하기' 작전을 펼친 것입니다. 만약 중국 반도핑기구가 세계 반도핑 기구(WADA)에 규정대로 제때에 보고했다면 쑨양의 호주 전지훈련은 물론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도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중국 스포츠계의 불법과 '꼼수'를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국제 규정을 밥 먹듯이 어겨가며 쑨양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치밀하게 동원했습니다. 이 덕분에 쑨양은 지금 장미빛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문제는 박태환입니다. 복용한 금지약물과 징계 기간은 서로 달랐지만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은 쑨양과 박태환이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미 국제 스포츠계가 5년 전에 무효로 판결한 '이중 처벌'에 묶여 앞날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중국 스포츠계가 쑨양을 살리기 위해 국제 규정을 어겼다면 대한체육회는 반대로 국제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선수를 살리기는커녕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철 지난 '국내 규정'을 내세워 선수를 버리는 행태를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기사출처_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