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거의무 위반에 따른 정신적 고통 돈으로 배상해야"

 

우리 민법은 부부 간에 동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는 헌법(제36조 제1항)에 근거해 부부가 공동 생활을 함에 있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타의 의무와 달리 부부 간 동거 의무는 사람을 억지로 동거하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배우자와 함께 살아야 할 의무를 어긴 부부 일방에게 "동거 '의무'를 위반했다"며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부부 간 동거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에 관해 가정법원에서의 '조정'이 성립했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은 배우자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2009다32454)이 있다.

 

의사인 남편 A씨는 아내 B씨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2000년 10월쯤 집을 나와 부모의 집에서 거주하기에 이르렀다.

 

1년여가 지난 2001년 8월 A씨는 결국 B씨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반소로 청구한 부분만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A씨가 집을 나가 부모의 집에서 살기 시작한 때부터 앞으로 이들 부부가 완전히 이혼하게 될 때까지 A씨는 B씨에게 월 500만원을 매달 지급해야 한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2004년 5월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법원에서 이들 부부의 이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A씨는 여전히 B씨가 자녀들과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2004년 12월 B씨는 서울가정법원에 A씨가 B씨와의 부부로서 동거할 의무를 지키도록 적당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이들은 "2005년 5월부터 자신의 병원 근처 30평대 아파트에서 B씨 및 두 자녀들과 함께 동거한다"는 내용에 합의해 조정이 성립됐다.

 

그러나 합의가 있은지 3년이 지나도록 A씨는 B씨와 함께 살 아파트를 구하는 데 협조조차 하지 않자 결국 B씨는 법원에 A씨를 상대로 "법원에서 합의(조정)된 내용대로 동거하지 않아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B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에서의 부부 간 동거에 관한 심판 청구 결과 동거하기로 합의하는 조정이 성립됐음에도 이를 그대로 이행하지 않은 A씨는 B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부부는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인 면에서도 항구적인 결합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포괄적인 협력의무를 서로 부담한다"며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부양료를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러한 협력의무를 온전히 다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비록 부부의 동거의무는 인격존중의 귀중한 이념이나 부부관계의 본질 등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그 실현을 위해 간접적인 강제를 하거나 강제로 이행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동거의무 또는 그를 위한 협력의무의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동거 자체를 강제하는 것과는 목적과 내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A씨가 B씨와의 동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은 동거 자체를 강제한다기 보다는 의무를 어긴 데 대한 제재로서 허용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동거하기로 합의한 조정이 성립된 후 3년 가까이 남편과 동거하지 못한 채 홀로 나이 어린 두 자녀를 양육하면서 B씨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 당연히 인정된다"며 "A씨는 B씨의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판결팁= 부부라 하더라도 누군가와 한 집에서 같이 살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구속이라는 측면에서 강제적으로 실현시키기 어려운 성질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법은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혼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부부 간의 기본적 의무로서 함께 살 의무, 즉 '동거 의무'를 명문으로 두고 있다.

이번 판결은 비록 동거 의무를 어긴 배우자를 동거하게끔 끌어다 놓을 수는 없더라도, 그에게 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어 상대방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게끔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우리 법원은 부부 일방이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 동거 의무를 이행하도록 청구하는 가정법원에의 심판 절차를 거칠 경우, 반드시 이혼 청구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동거 의무는 부부 간의 의무이므로 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심판 청구를 함에 있어 이혼 청구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관련 조항

 

-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①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

 

- 헌법
제36조 ①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기사출처_th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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