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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앨빈 토플러가 한국에 던진 쓴소리..."저임금 바탕 굴뚝산업에 안주할 것인가"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경쟁력을 갖춘 선도국이 될 것인가에 대한 조속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토플러는 2001년 6월 30일 고(故) 김대중 대통령에게 ‘위기를 넘어서 :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정확히 15년 전의 일이다.

그의 충고는 15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 경제에도 유효해 보인다. 보고서를 통해 토플러는 ”한국이 1990년대 말 경제위기를 겪은 이유는 90년대 초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됨에 따라 한국의 산업화 시대 경제발전모델이 더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더이상 산업화시대 경제에 안주하지 말고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토플러 박사의 보고서 내용 요약본이다.

 

① 신경제와 한국경제의 미래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저임금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종속국가(dependant country)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leading country)가 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신경제 위기론'은 오류이다. 잘못된 수익모델을 선택한 신규기업의 도산과 위기는 역사적으로 볼때 시스템 변화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불과하다. 신경제 효과는 개별기업에 수익이나 기업가치의 증대로 나타나기 보다 생산성 향상,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 효용증대, 실질임금 상승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경제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지식기반경제 또는 신경제로의 전환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신경제에서는 생산의 핵심요소가 ‘지식’이며 전자 화폐 사용의 활성화로 금융 및 투자의 흐름이 가속화된다.

향후 정보통신기술이 생물학을 혁신시키고 생물학이 다시 정보통신기술을 혁신시키며 결국은 경제 전체를 혁신시켜 인간 역사의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② 한국의 지향 모델은 지식기반 경제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제3의 물결’ 흐름에서 이제 한국이 쫓아갈 검증된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래 번영을 위해 한국 실정에 맞는 전략적 모형을 구상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수출주도형 제조업에 과감히 집중하고 IT 기술을 경제전반에 확산시키는데 실패함으로써 제3의 물결로의 경제전환에 실패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제3의 물결로의 경제 전환에 성공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정보통신 인프라가 비즈니스와 사회의 각 영역에서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통신서비스와 같은 사이버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한국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덜 집중화되고, 덜 관료화되며, 덜 수직화된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또 기존 산업사회에 적합한 정부조직은 지식기반 경제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부문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조직의 유연화와 함께 수평적 조직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③ 기회의 창, 생물공학(BT)
건강관련 기술, 서비스 영역에서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직업창출이 기대되므로 한국은 BT(바이오기술)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이자 수출 주도자로서 잠재력이 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 대학과 손잡고 '바이오벤처기금'을 조성해 미국ㆍ유럽ㆍ중국 등 100개 중소규모의 유망한 BT 선도기업에 투자하기를 권고한다.

그동안 BT의 발전은 컴퓨터ㆍ디지털기술ㆍ인터넷 등 IT에 힘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BT가 바이오칩, DNA 컴퓨팅 등의 형태로 IT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④ '굴뚝경제' 대 교육제도 개혁
한국의 교육체계는 반복작업하의 굴뚝경제체제에 기초한 형태로 발전되고 학생들을 교육시켜왔다. 한국 교육은 학생들이 21세기에 맞는 24시간 유연한 작업체계보다는 사라져가는 산업체제의 시스템에 알맞도록 짜여진 어긋난 교육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21세기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 어느 곳에서나 혁신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길러줘야 한다. 한국 교육체계의 변화는 ‘교육공장’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것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교과과정에서부터 교육시간과 장소에 이르기까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인터넷은 평생교육을 실현하도록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또 은퇴한 간호사나 회계사, 컴퓨터프로그래머, 전기기술자를 비롯한 수백만 명의 잠재교사들도 가장 중요한 교육적자원이며 이를 낭비해서는 안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기사출처_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