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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상속으로

"온라인 옷 구매, 못 입어봐도 실패할 걱정 없어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잘하는 일을 바탕으로 선한 일을 하라(Doing good by doing well)'고 했어요. 창업가가 없었다면 인류 발전에 영향을 준 비행기나 자동차도 나오지 않았을 거라면서요."

 

스타일쉐어 윤자영(28) 대표는 지난달 말 국내 스타트업 대표 2명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한국 대표로 세계창업가정신대회(GES)에 참석한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올해로 7년째 이어온 이 대회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순다 피차이 구글 CEO 등 글로벌 기업가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 관계자를 비롯해 전 세계 170국 스타트업 대표 7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표는 "개인적 관심 때문에 창업했을 뿐인데, 어느새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대표가 돼 있는 나 자신을 보며 고민이 많았다"며 "창업가가 최선을 다해야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격려에 힘을 얻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스타일쉐어는 사용자 후기에 기반한 패션·뷰티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용자가 옷·신발·액세서리 등을 착용한 모습과 함께 제품의 브랜드와 가격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적혀 있지 않은 정보는 댓글로 질문하면 된다. 그러면 글쓴이나 제품 정보를 아는 다른 사용자가 알려준다. 윤 대표는 "서비스 초기엔 정보만 공유하는 '패션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그쳤지만, 이제 '패션 커머스'로 발전했다"며 "일부 제품은 해당 브랜드의 온라인 사이트와 연동돼 있거나 우리 앱 내에서 쇼핑과 결제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교 재학 중 패션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의 전공은 전자공학이다. 윤 대표는 "학업에 뜻이 없어 딴짓 많이 했는데 그중 하나가 패션 블로그 서핑이었다"고 했다. 대학에 갓 입학해 옷이나 화장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영국의 한 은행원이 거리에서 일반인 모습을 찍어 옷이나 신발 등 제품에 관한 정보를 올려놓은 블로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윤 대표는 "투자자들이 '보상도 없는데 누가 자기가 옷 입은 모습을 찍어 올리겠느냐'고 의심했지만 나는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옷을 살 때 문제는 '입어볼 수 없다'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상품보다 후기가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키 160㎝ 여자애가 입었을 때 저런 태가 나니 나한테도 잘 어울리겠다. 그럼 사야지' 하는 구매 패턴인 거죠."

 

전략은 먹혔다. 특히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 여성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앱 다운로드 수가 250만건이고, 하루 평균 20만명이 방문한다. 스타일쉐어에서 공유된 몇몇 아이템이 해당 브랜드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패션업계의 큰손들이 협업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스포츠웨어 '휠라''아디다스', 글로벌 패션 기업인 스페인 인디텍스사(社)의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스웨덴의 '에이치앤엠(H&M)',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표는 "스타일쉐어를 통해 바이럴(viral·소문 마케팅)이 가능하고 그 효과가 크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며 "작년 1월부터 기업 광고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 수익이 매달 6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현정 기자 hereiam@chosun.com
[기사출처_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