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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출신 천재' 진경준…사상 첫 '검사장 피고인'으로 추락

 

 

사법시험·행정고시 나란히 합격
검찰국 등 요직 거쳐 남다른 수완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서 위세를 떨치던 진경준(49·21기) 검사장의 신분이 이제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건 진 검사장이 처음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수재들이 모인 검사들 사이에서도 천재로 꼽혔다.

그를 아는 현직 검사는 "그는 스스로 '한 번 본 것은 절대 까먹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말해 참 남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는 "진 검사장은 동기들 사이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냈던 걸로 안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서울대 법대 3학년이던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도 수석으로 수료했다. 첫 부임지는 모든 검사가 선망하는 서울중앙지검이었다.

 

1999년엔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그는 하버드 출신임을 늘상 강조했다. 검찰 공식명함에 공직자통합메일(korea.kr)이나 검찰청메일(spo.go.kr)을 쓰지 않고 하버드 메일(post.harvard.edu)을 기재할 정도였다.

 

하버드 로스쿨 수료후 복귀한 진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을 법무부 검찰국에서 보냈다. 검찰국은 검찰 인사·예산·수사지휘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검사들의 승진 코스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요직으로 꼽힌다.

 

이후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기획통'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0년에는 '특수통' 검사들이 선망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 자리에도 앉는다. 당시 진 검사장의 인사를 두고 "처세에 능해서 요직으로만 다닌다"는 뒷말이 돌았다.

 

요직을 두루 섭렵한 그는 2015년 2월 검사장 승진과 함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된다. 지난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준비단장을 맡을 정도로 장관의 신임도 두터웠다.

 

진 검사장이 의심 받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그의 재산산 내역이 공개된 직후부터였다. 진 검사장이 지난해 6월 게임업체 넥슨의 주식 80만1500주를 팔아 한 해 38억원의 수익을 올린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진 검사장 주식 매각 대금은 126억461만원이었다.

 

비상장기업인 넥슨의 주식을 사들인 것 자체가 특혜라는 주장이 나왔다. 진 검사장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김정주(48) NXC 대표와의 친분 관계 등이 드러나며 의혹이 더 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자리에 있던 진 검사장은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고 공직자윤리위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공직자윤리위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 진 검사장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났다. 그 결과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지난 6일 출범했고, 진 검사장은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진 검사장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오제일 기자 kafka@newsis.com
[기사출처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