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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 없어"…소비자 패소


법원 "약관이 무효사유 해당한다 보기 어려워" 
2년 2개월 만에 나온 누진제 소송 첫 판결

각 가정으로부터 부당하게 받아온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시민들이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이른바 '누진제 소송'에서 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시작 후 2년 2개월 만에 나온 누진제 소송 첫 판결이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다른 9건의 누진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곽상언 변호사(45·법무법인 인강) 등 주택용전력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1인당 9만2000원~133만원씩 돌려달라"며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약관규제법에 따라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전기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기요금에 관해 정하고 있는 누진체계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의 누진구간 및 누진율 등에 관해서는 관련 법령이나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그 적정 범위나 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기록상 각 전기공급약관의 인가 당시 전기요금 총괄원가가 얼마이고 어떻게 산정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누진구간 및 누진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상의 전기요금 산정이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른 산정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거나 사회·산업정책적 요인들을 감안한 적정투자보수율 등의 수인한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또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은 누진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특정 고객에 대해서는 요금계산을 달리하거나 전기요금을 감액하도록 하고, 특정 고객의 선택에 따라 전력요금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각 나라의 전기요금 정책은 나라의 상황, 전력 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면서 곽 변호사 등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판결 선고 후 곽 변호사는 "아쉬운 판결"이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곽 변호사는 "(판결에 따르면) 법률과 고시에 근거 규정이 있다는 것인데, 근거 규정이 있다는 것과 약관이 위법하다는 것은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판결 선고가 여러 건 날 것인데 다른 사건도 빠른 시간 내에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의 선고는 원래 지난 9월22일 나올 예정이었지만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뤄져 이날 선고됐다. 이 재판은 이번 포함 총 네 차례 선고기일이 잡혔다가 기일이 바뀌거나 변론이 재개된 바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는 원고이자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면서 지난 2014년 8월부터 누진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소송을 이끌고 있다. 당시 정모씨 등 21명을 대리해 "각 가정으로부터 부당하게 받아온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한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낸 게 시작이었다.

한전은 주택용 전력에 한해 사용량에 따라 6단계의 누진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곽 변호사 등은 매달 전기요금을 내고 있지만 한전과의 사이에 약관이라는 형식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 조항 검토기회 자체가 아예 없어 위법한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곽 변호사 등은 이를 근거로 정부가 약관이라는 형식을 통해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있는데 과도한 누진율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전 측은 공익적 목적으로 누진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절과 시기별로 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배려와 전기 낭비억제 등도 그 이유로 내세웠다.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이날 선고된 사건을 제외한 누진제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3건, 서울남부지법·부산지법·대구지법·인천지법·광주지법·대전지법에 각 1건 등 9건이 진행중이다.

안대용 기자 dandy@
[기사출처_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