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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왜 중단했나?



미국 소비자 여론 급격히 악화…추가 사고 막고 리스크 관리
"CPSC에 앞선 조치는 판매 재개 의지 드러낸 것" 평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을 전격 중단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발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소비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의 단호한 조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 안전을 위해 신속하고 자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를 얻으려는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10일 삼성전자가 한국 국가기술표준원, 미국 CPSC, 중국 규제 당국 등 각국 정부 기관과의 협조하에 갤럭시노트7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주요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발화 사례는 미국 5건, 한국 1건, 중국 1건, 대만 1건 등이다. 한국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건의 추가 발화 사례가 제보되기도 했다.

이 중 한국에서 발생한 1건은 한국SGS 시흥시험소와 한국산업안전기술원(KTL) 검사 결과 외부 충격이나 눌림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나머지 사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발화 사고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지난 주말을 전후해 소비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삼성 스마트폰 전문 매체인 샘모바일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5천447명 중 2천671명(49%)이 "삼성전자는 즉시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생산을 중단하지 말고 결함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답변은 1천134명(21%)에 그쳤다. 

안드로이드 관련 매체인 안드로이드센트럴은 갤럭시노트7에 대한 그동안의 높은 평가와 구매 추천을 모두 철회하고, 독자들에게 다른 안드로이드폰을 구매하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시장의 기류 변화에 미국 이통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주요 통신사인 AT&T와 T-모바일이 갤럭시노트7 판매와 교환을 전면 중단했고, 스프린트가 온라인 매장에서 제품 전시를 삭제했다. 버라이즌도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 CPSC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갤럭시노트7 기내 발화 사고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 초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달 15일 갤럭시노트7에 대한 공식 리콜을 한 차례 발표한 CPSC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교환 제품의 재리콜을 발령하거나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은 CPSC의 공식 리콜에 앞서 지난달 초 자발적 글로벌 리콜을 발표한 것처럼 선제 조치다. 시장 여론이 나빠진 와중에 사태 수습에서 CPSC의 결론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울러 결함이 있는 물량을 시리얼 넘버로 특정하는 등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발화 사고에 의한 최악의 소비자 신뢰 추락을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 제품 단종 등 극단적인 조치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사태 수습과 판매 재개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CPSC의 공식 조치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삼성전자가 CPSC보다 먼저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한 것은 제품을 계속 판매하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
[기사출처_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