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세상속으로/연예.스포츠

유승준 "1만7229명 중에 1인,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유승준이 입을 열었다.

유승준은 지난 2002년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어 병역을 면제받았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이후 유승준은 15년여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입국금지 기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입국 가능여부를 물으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했고, 지난달 30일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발급거부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 

유승준은 과연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거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사람' 일까, 아니면 이민자로서의 선택으로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가, 악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본보기로서 홀로 회초리를 맞아 온 15년간의 장기 희생양일까. 

이는 유승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병역의무 대상자(18~40세) 가운데 국적 포기자는 1만7229명에 이른다. 올해(2016년)는 7월까지 4220명. 전체 입영자 수가 27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입영 자원 65명 중 1명이 국적 포기로 입영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국적 포기는 유학 등의 이유로 외국에 장기 거주하거나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획득한 경우로, 통상적으로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국적 포기자를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가진 자' 즉 상류층의 자녀들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들 국적 포기자 가운데 31명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7명의 직계 비속으로 드러났으며, 일부 연예인들도 포함된다. 대부분 이중 국적자였다가 한국 국적을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1만7229명의 국적 포기자 (과거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중에 한국 입국이 금지된 사례는 역사상 단 한 명 뿐, 바로 유승준이다. 오직 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한국 왕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 스포츠조선은 그와 인터뷰를 나눴다.


─ 지난달 판결문에는 '유승준이 입국금지 되어야 하는 이유에는 대한민국 장병들의 사기저하 및 청소년들에 대한 영향 때문도 있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당신의 입국이 사회적인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을까.

▶14년 동안 입국금지를 당함으로써 이미 병역기피자로 낙인이 찍혀 있다. '유승준 효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역을 기피했다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이제서 입국금지를 풀어준다고 해서 '15년쯤이 지나면 풀어주니, 나도 병역기피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한민국 장병들의 사기저하나 청소년들에 대한 악영향이 있기보다 저의 경우를 보며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승부조작으로 큰 충격을 안기고 영구퇴출된 한 프로스포츠 지도자가 '승부조작 근절'의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례를 보았다. 내게 채워져 있는 족쇄를 풀고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당신은 병역을 기피한 것이 맞나.

▶과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병역기피라고 비난하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내게는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닌, '가족-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것으로 병역 의무 해제까지 이어진' 것이 분명한 진심이다.
혹시 주변에 나와 비슷한 경우 없으신지 여쭙고 싶다. 나도 한국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이다. 이민자들, 미국 교포들이 성인이 되면, 자연히 국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군대를 안가기 위해서'라기 보다 가족과의 회의를 거친다. 혹 그 과정에서 미국을 택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배신'이 아니며 '선택'일 뿐이었다. 물론 내가 잘 알려진 연예인으로서 군대에 가겠다는 말을 했다가 지키지 못했고, 국외여행허가서를 받아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에,병무청이 유승준에 대해 안 좋게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유승준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입국금지를, 그것도 영구 입국금지를 한 것은 결국 가혹한 괘씸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당시 입국금지가 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못했다. 얼마간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입국금지까지 당할 것 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만일 내가 이렇게 영구 입국금지를 당할 줄을 그때 알았더라면, 미국 영주권이 상실하더라도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당시에 제가 받아야 할 대가가 이 정도일 것 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고, 만일 다시 그런 선택을 하여야 한다면 결코 동일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 2002년 당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직후 한국에 입국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 미국 시민권 취득 경위에 관한 해명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기본적으로 제가 잘못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해명과 사과를 하는 것을 내용이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은 내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바로 그 행동'이'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이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입국금지를 시켰다. 무죄 변론이 불가능한 흉악범죄 피고인에게도 공식적으로 '정상변론'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는데, 내가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를 할 기회도 전혀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세금 문제 때문에 한국에 들어 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는데.

▶가장 억울한 부분 중 하나다. 그러한 소문은 미국에서 최근 시행된 해외금융계좌신고법 (FATCA)을 근거로 들고 있다. FATCA로 인한 조세 부담을 회피하려면 국적을 변경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적 회복'이 아닌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일 뿐이다. 게다가 나는 중국과 미국에 적법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조세 문제에 관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도 않다. 이 부분은 감히 거짓말을 드릴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비자 중, 굳이 재외동포 비자(F4)발급을 신청한 것은, 영리활동을 위한 것 인가

▶재외동포(F-4) 비자가 영리활동이 허용되기 때문에, 영리활동 하러 오는 게 아니냐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현재까지 연예계 활동 및 영리 활동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 다만 주변 지인들의 조언에 따르면 무비자로 입국을 시도하거나, 다른 일반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비자를 받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재외동포(F-4) 비자신청을 해보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외동포의 지위에서 이를 다투어보는 게 좋다고 하셔서 그에 따른 것이다. 즉 그저 절차상의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고 실제로 많은 미국 교민들이 재외동포 비자가 발급 과정이 편리해서, 특별히 영리활동 계획이 없는 분들도 재외동포 비자를 많이 신청하시곤 한다.


─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간이 14년이 넘게 지나다 보니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는 견디기가 좀 힘든 정도가 되고 있다. 내 아이들 역시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그 아이들이 커 가면서 아빠로서 아이들과 함께 한국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지난해 인터넷으로 방송을 했을 때, 방송 후 채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욕설이 흘러나와,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는데.

▶이후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절대로 욕설을 한 사실이 없다. 절대 내 목소리가 아님에도 마치 사과 방송 후 욕설을 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분명하게 바로잡고 싶은 부분이며, 내 진심을 다 했던 방송이었다.


-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은.

▶이 자리를 빌어 나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둘러싼 소문들 중 앞에서 언급이 되지 않은 몇 가지만 더 말씀 드리고자 한다. 먼저,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해병대나 병무청, 국방부 홍보대사를 역임했던 적도 없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국방부나 병무청이 저의 입대시 여의도에 배치해준다든가, 6개월 단기공익근무 또는 근무시간 이후 영리활동을 허용해주는 등의 특혜를 제시한 적도 없다. 2002년 1월 일본에 출국할 당시 병무청 직원이 귀국보증을 서 준 적도 없고, 그들에게 벌금이 부과된 적도 없다. 이것들은 병무청에서도 다 인정한 사실들이다. 

앞으로도 계속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 생각이다. 나에 대한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할 생각이고, 계란을 던지셔도 다 맞을 각오가 되어 있다.


박현택 기자 ssalek@
[기사출처_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