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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사이에도 의견 '분분'
"법원 판결이 사회기류 편승해 흔들리면 안 돼"
"가치평가는 시대마다 달라…국민감정 고려해야"

 

엄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는 대중의 분노가 반영된 것일까.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11개월 간 미라상태로 방치한 목사 부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징역 15~20년은 검찰의 구형보다 3~5년이 더 많은 형량이다.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며 검찰이 법원에 요청하는 형량, 즉 구형보다 법원이 내리는 최종 판단, 즉 선고는 차이가 있다. 법원은 대부분 판결에서 구형 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다. 어떤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게 아닌 일반적인 법조계의 '상식'이기 때문에 검찰 구형보다 법원 선고가 더 엄할 경우 '이례적'이라고 본다.


최근 법원이 검찰의 구형보다 더 엄한 처벌을 하는 경우가 늘면서 '국민감정'을 고려한 판결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떤 유형의 판결이 있으며, 왜 이런지 톺아봤다.

 

 

 


◆ 죽음에 이른 아동학대에 법원 '무관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언학)는 20일 아동학대치사‧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8)씨와 백모(41‧여)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각각 15년, 12년이었다.

재판부는 "딸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딸을 수일 간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하고 7시간 동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서 "죽음을 마주하기에 너무 이른 딸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줘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범죄사실 전부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여전히 딸의 도벽과 거짓말을 범행 이유로 대며 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진심으로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인지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9장 판결문 중 절반에 가까운 분량을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예쁜 A양', '밤하늘에 빛나는 별' 등 딱딱한 판결문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드럽고 감성적인 용어들도 등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 A양에게 편지까지 남겼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사 개인의 인간적 고민과 감정이 드러나는 이례적 판결문"이라며 "국민적 공분까지 고려된 판결 같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2월 초등생 딸을 굶기고 폭행한 인천 아동 학대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B양(11)의 아버지 C(32)씨와 동거녀(35)에게 각각 징역 10년, 동거녀의 친구 D(36·여)씨에 징역 4년 등이다.

앞서 검찰은 C씨에게 징역 7년을, 동거녀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D씨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를 양육·보호해야 할 아버지와 계모가 학대와 방임을 저질렀고 학대 행위가 매우 극악하다"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피고인들의 행위를 엄하게 처벌해 추후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법원의 책무"라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 4개월간 서울시 강북구의 한 모텔과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자신의 빌라 등지에서 A양을 감금한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해 늑골을 부러뜨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 '인분교수' 등 인간존엄 짓밟은 범죄자에게 엄격

교수를 꿈꾸던 20대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 행위를 한 대학교수에게도 구형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폭력행위처벌법상 상습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 등의로 기소된 장모(53)교수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보다 2년, 법정권고 양형기준 상 최고형(징역 10월 4개월) 보다 1년6월을 초과한 형량이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횡령부분만으로도 죄책이 무거운데 제자인 피해자의 업무 태도를 빌미로 해 극악한 폭행과 고문을 일삼았다"며 "고통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한 것을 알고도 반성치 않고 오히려 분개해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렸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육체적 가혹행위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한 정신적 살인행위"라며 "평생 치유할 수 없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한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엄중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모씨 등 공범에 대해서도 "교수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 동료를 직접 폭행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해 엄중한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크게 나무랐다.

항소한 장 교수 등은 오는 27일 재차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검찰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가출한 여고생을 감금하고 폭행해 살해한 뒤 암매장한 '경남 김해 여고생 암매장 사건'에 연루된 여중생에게도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2014년 11월 살인죄로 기소된 양모(사건 당시 15세)양에게 장기 9년 단기 6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장기 7년 단기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중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잔인한 폭행이 일주일 이상 지속됐다"며 "숨진 E양은 남자 공범보다 양양 등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구구단을 외우게 시키고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때리는 등 폭력을 놀이처럼 즐긴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자존감을 짓밟은 범죄"라고 꾸짖었다.

양양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 단기 6년의 형이 확정됐다.

 

 

 

 

 

◆ 형식적 절차인 구형…선고와 단순 비교 불가

형사 재판에서 검찰의 최종 의견을 밝히는 구형은 법률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각 범죄 혐의는 법률에 규정된 '법정형'이 존재하고 검찰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검찰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각 범죄에서 가중‧감형을 결정하는 양형기준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양형기준도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지만,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도 없다.

또 법정형은 징역 1년 '이상' 또는 10년 '이하'처럼 해당 범죄의 상‧하한을 정해 법률의 적용 폭도 상당히 넓다. 이 때문에 재판부의 판단과 재량이 선고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법원 판결에 국민적 관심이나 사회기류 등이 반영된다는 부분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변호사는 물론 판사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미디어의 발달로 국민들이 흉악범죄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법원도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건에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사안에 대한 가치평가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법원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건마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구형과 선고 형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여론도 판사가 고려하는 수많은 참작 요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판사는 "법원 판결이 사회기류에 편승해 흔들리면 안 된다"면서 "법률에 기초해 판결을 내려야 법원 판결이 존중받고 국민들도 이를 납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재한 기자 jjh@focus.kr
[기사출처_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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