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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로 매일 싸우는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자신들이 싸우는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시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엄마 아빠가 왜 싸우시는지 아니?” 아이는 의외로 “네”라고 대답했다. “저하고 동생 때문이에요. 저희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싸우시는 거거든요.” 

 대개 자주 싸우는 부부들의 문제의 본질은 본인들에게 있다. 서로 못마땅해서 벼르고 있다가 아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면 그것을 빌미로 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는 자신이 싸움의 도화선이 되었기에,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고, 부모에게 도리어 미안해한다. 받지 않아도 될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또 초등학생만 돼도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면 이혼을 할까 봐 걱정한다. 싸우다가 부모 중 하나가 “그래 헤어져”라고 말하면 그 소리가 어떤 소리보다도 크게 들리면서 ‘누구를 따라가지? 나를 버릴 건가?’ 고민하면서 불안해진다.

 아이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가정의 모습은 엄마 아빠가 각자 역할을 잘하면서 사이가 좋고, 그 안에서 온정이 오가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며, 자신이 충분히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다. 자주 싸우면 이것이 전부 무너진다. 보금자리에 평화와 균형이 깨지면서 아이는 자신을 안전하게 감싸고 있는 울타리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안전이 위협당하면서 공포스러운 상황이 된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이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가 되고, 결국 건강도 해치게 된다.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을 해도 살다 보면 의견 대립은 생길 수 있다. 의견 대립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과하지만 않다면 아이의 교육에 오히려 좋다. 의견이 다르지만 대화 끝에 어떤 합의를 이루고 거기서 뭔가 맞춰 나가는 과정을 보고, 아이는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견이 대립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격분해 싸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싸우지 않으려면 의견이 대립될 때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남편 혹은 아내를 보고 격분하지 않고 말할 자신이 없다면, 문자나 메일로 의견을 말하는 것이 좋다.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내뱉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그때그때 적어서 배우자가 볼 수 있는 곳에 붙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에게 전달되기 전에 ‘감정적인 것’을 뺄 수 있으므로 나와 상대방의 격분을 줄일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는 살 수 없다. 말은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말이 늘 싸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에게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덜 보여주어야 한다. 

 글로 하는 것이 어렵다면 상담도 생각해 보자. 중재자가 있으면 싸움은 한결 가벼워진다. 나는 자주 싸우는 부부가 오면 두 가지 규칙을 말한다. 첫째, 여기는 안전한 장소이니 하고 싶은 말은 뭐든 마음껏 해도 좋다. 둘째, 이곳에서 나가면 여기서 했던 이야기를 가지고 섭섭해하거나 따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규칙을 못 지키면 상담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참 재미있는 것이 그 얘기를 들으면 다들 ‘오늘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한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싸울 때마다 하는 말이란다. 싸우느라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싸울 때는 상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격분시켰는데, 진료실 안에서는 불편하긴 하지만 들을 만해진다. 바로 말 속에서 과도한 감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 싸우는 부부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과도한 감정을 빼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연습과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거나 들었다면 묻지 않아도 얘기해 줘야 한다. “어제 놀랐니? 언성이 좀 높아졌는데 엄마하고 아빠하고 의견이 좀 달라서 그래. 엄마가 너를 낳았고 너무 사랑하지만 마음이 너와 똑같지 않을 때도 있잖아. 너는 놀이기구 타러 가자고 하는데, 엄마는 공원에 가자고 할 때도 있었지. 그러면 어떻게 했지? 그럴 때는 서로 의논을 해서 좋은 쪽으로 결정하잖아. 한 사람이 양보하기도 하고. 엄마랑 아빠도 어제 그런 거였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의견이 달라도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미워하는 것도 아니란다”라고 설명해 준다. 그래야 아이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해소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기사출처_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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