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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자정부터 시행된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김영란법 시행 후 발생할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사례집과 직종별 매뉴얼을 내놨지만, 모호한 사례가 많아 당분간은 혼란을 피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권익위의 유권해석조차 없는 ‘회색지대’도 적지 않기 때문에 ‘더치페이’(비용을 각자 부담) 문화가 대폭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갑(甲)보다 을(乙)을 많이 만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 흑과 백 사이 회색지대 많아...더치페이가 ‘답’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27일 “28일 자정부터 시행되는 김영란 법의 경우 시행 후 규제영향평가를 통한 시행령 개정이 오는 2018년 12월31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에 최소 2년 간은 개정 없이 법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8일부터는 공직자·교원· 언론인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와 그의 배우자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상대와 광범위한 영역에서 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금지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한 인사에게 1회 100만원 이하, 연 300만원 이하를 받으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2~5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넘게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이라면 3만원, 5만원, 10만원 이하의 식사, 선물, 경조사비 제공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 같은 3·5·10조항도 직무와 관련한 사람에게 대가성이나 부정청탁 소지가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특히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지 않고 말로만 부정청탁을 해도 처벌대상이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또 증거없이 신고하면 무고죄가 되기 때문에 신고포상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사진 등 증거자료를 첨부해야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직무 관련성’의 판단기준이다. 유권해석조차 없고 향후 판례에 의존해야할 정도로 애매한 회색지대가 많다. 또 단속기관조차도 직무 관련성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혼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직무관련성 판단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일 것”이라며 “애매한 상황이라면 접대를 거부하고 더치페이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양 주요국가 등에서 상식처럼 통용되는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될 전망이다.

◆ 인구 8.3%인 400만여명 적용대상...광범위한 영향 전망
정부가 추산하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전체 인구의 8.3% 수준인 400만여명이다. 김영란법은 식사·선물·경조사는 물론 골프장·기념품·강연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내수 위축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는 음지에서 잠자던 5만원권이 양지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란법 효과는 당장 정가와 관가부터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은 20대 국회 국정감사 풍경도 바뀌었다. 관례상 피감기관이 국회의원들에게 한정식집 등에서 식사를 대접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밥값도 의원들이 각자 부담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감에 출석한 야당 의원들은 구내 식당에서 잡곡밥, 된장찌개, 갈비찜 등이 포함된 2만원짜리 식사를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오전 대법원 국감을 끝내고 1만원짜리 비빔밥을 먹었다.

세종시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서모씨는 “지난해 국감때는 청사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한 콜택시 수요가 넘쳤는데 26~27일은 매우 한산하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차장급 인사는 "청탁의 소지가 있는 만남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외부와의 접촉은 최대한 줄이는 분위기다. 그래서 식구(동료)끼리만 점심 약속을 잡고 있다”며 “선후배들과의 약속도 잘 안 잡는다. 당분간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절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일은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 세계 37위 불과한 국가 부패지수 개선 계기 돼야
한편, 김영란법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패실태는 세계 10위 권인 경제규모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5년 국가별부패인식지수(CPI)’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CPI는 56점으로 168개국 중 37위에 불과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을 통해 18위인 일본(76점) 수준까지 부패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청렴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까지 높일 경우 우리나라의 연평균 성장률이 0.6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공투자 정책결정의 왜곡을 없애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임으로써 전체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과거 금융실명제와 공직선거법 등도 도입 당시 충격이 컸지만, 지금은 정착됐다. 김영란법도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 문제는 상시적인 민원 창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당장 우리도 여론수렴의 문턱을 어떻게 낮출 지 고민 중”이라며 “이번 기회로 대기업 대관 등 힘센 갑(甲) 말고 힘 없는 약자 을(乙)들이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출처_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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