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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급으로 '음란물' 쉽게 노출…모방이 범죄로
"부모, 디지털유목민 될 거 아니면 구입은 최대한 늦게"

 

#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회사 상사의 초등학생 아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 워크숍에 따라갔다 만났다는 남자 아이는 딸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했다. 딸이 강하게 부인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한 성교육 관련 인터넷 상담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중학생 시기, 빨라도 초등학교 고학년이어야 성적 호기심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 학부모들이 자식의 이른 성문제 앞에서 혼란스럽다.


◇알라딘의 램프, 스마트폰

지난해 10월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남학생이 같은반 여학생 9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4학년에 재학중이던 A군은 이들에게 음란영상물을 보여주며 옷을 벗을 것을 강요하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

또 인천에 사는 A군(당시 12세)은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동성 친구들 7명의 엉덩이와 성기를 건드리는 장난을 쳐 학교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반성의 기미가 없어 결국 전학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A군의 강제전학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이성 친구를 넘어 동성 친구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초등학생들의 성의식 문제가 점점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2~2014년 성폭력 사안 자치위원회 심의현황'에 따르면 초등학생 간 성 범죄의 경우 2012년 93건에서 2014년에는 310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유는 뭘까.


아동심리학·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스마트폰'에서 찾고 있다.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에게도 널리 보급되며 음란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 가운데 초등학생 이용자는 약 98만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약 80%의 학생이 스마트폰을 소지했다. 휴대전화 소지 초등학생 수는 교육통계연보상 지난해 초등학생 수 272만9000여명의 약 40%에 해당한다.

21년 동안 청소년 상담을 해온 이영선 건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들이 음란물을 충분히 볼 수 있지만 부모들이 이를 통제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방' 심리가 생길 수 있다"며 "이 심리가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돼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의 성범죄는 단순히 호기심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친구들 문화에서 이탈되지 않기 위해, 싫어도 음란물을 보고 따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발전에 따른 범죄의 '저연령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곽 교수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신체 발육도 빨라진다"며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이들이 어른들의 '거울'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내용물을 접하는 아이들이 더 자극적인 내용물을 여과없이 접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디지털유목민 > 디지털정착민

그렇다면 초등학생 간 성추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육'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도, 스마트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우선 부모들이 스마트폰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식은 '디지털유목민', 학부모는 '디지털정착민'이다. 정착민이 유목민의 개척과 모험정신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다양한 쓰임새를 파악하고, 더 많은 지식으로 아이에게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을 언제 사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말한다"며 "꼭 사줘야 할 때는 부모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준다면 '안심앱' 등 보호앱, 아이들이 주로 사용할 시간대, 자는 시간에는 따로 보관 등 룰을 정한 뒤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이 교수는 "채팅앱이나 스마트폰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결국 해결방안은 '교육'"이라며 "성교육을 실시하며, 아이가 음란물에 노출됐을 때는 문제가 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만 10세 이하 아이가 성범죄 가해자라면 어떻게 될까. 경찰은 입건은 가능해도 공소권이 없기 때문에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기소가 명확한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면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에 아동 간 성범죄는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사건 접수 자체가 경찰 입장에서는 고민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일창 / 김태헌 기자 ickim@news1.kr
[기사출처_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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