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칸영화제 기술부문 賞 … ‘아가씨’ 류성희 감독

 

“칸영화제에서 미술 부문 상을 받은 작품들을 보며 미술감독의 꿈을 키웠어요. 제가 이 상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한국인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벌컨상(Vulcan Award of The Technical Artist)을 수상한 영화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감독은 2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찬욱이라는 걸출한 감독을 만나 꿈을 이루게 됐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제69회 영화제 폐막 후 홈페이지를 통해 류 감독을 벌컨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올해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본상 수상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류 감독이 이 상을 받으며 영화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지난 2003년 제정된 벌컨상은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며 대부분 촬영이나 음향 부문에 주는 이 상을 미술감독이 받은 것도 최초다. 류 감독은 “이 상의 의미를 알고 더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2000년 ‘화양연화’로 기술상(벌컨상의 전신)을 받은 장수핑(張叔平·왕자웨이 감독의 미술감독)을 보며 ‘저런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선행조건(칸영화제 진출)을 충족시켜주신 박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시대 분위기와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지난 14일 칸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된 후 아름다운 영상미와 미술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제 데일리(소식지)를 만든 버라이어티는 리뷰를 통해 “류성희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저택은 영국과 일본의 양식이 혼합돼 있고, 영국식 화려함과 일본식 균형 잡힌 우아함의 결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스크린인터내셔널도 “‘아가씨’는 기술의 승리다. 저택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어두운 타락의 힌트를 담아낸다”고 극찬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내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을 알아줘 정말 기쁘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탐미주의 뒤에 숨으려 하는 변태 캐릭터의 타락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도예과 출신인 류 감독은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유학한 후 2001년 ‘꽃섬’으로 한국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괴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등 ‘1000만 영화’를 비롯해 17편의 영화에서 미술을 맡았다. 박 감독과는 ‘올드보이’ 때 처음 만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등 네 작품을 함께 했다. 그는 “영화에서 미술이 소모적인 일로 인식되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 일에 뛰어든 사람들이 중간에 그만두는 현실에 늘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수상이 미술감독이라는 직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후배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출처_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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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소믈리에’. 와인의 최고 전문가로 전 세계에 233명 밖에 없다. 최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이 자격증을 따낸 이가 있다. 미국 뉴욕의 미쉐린(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모던’의 소믈리에 김경문(33)씨다. 그는 지난 16~17일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2016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court of master sommeliers)’ 의 실기테스트를 통과해 마스터 소믈리에(MS) 배지를 달았다.

 

MS는 영국 와인&주류연합회와 호텔·레스토랑연합회 등이 와인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1969년 도입한 자격제도다. 영국과 미국(86년부터)에서 연 1회 이론 및 실기시험을 치러 극소수만 합격한다. 올해도 단 3명만 통과했다. 앞서 한국계 미국인인 윤하씨가 MS를 취득한바 있다.


김씨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소믈리에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광스러운 자격인데,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MS 시험은 광범위한 세계 와인 산지와 수천여개의 포도 품종 등을 문답 형태로 맞혀야 하기에 ‘와인 고시’로도 불린다. 이론 시험을 통과해야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실기는 25분 간 와인 6종을 각각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이스팅’과 접객 태도를 평가하는 ‘서비스’ 부문으로 이뤄진다.

 

김씨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짬이 날 때마다 와인 책과 암기 카드를 붙잡고 살았다”고 했다. 이론 시험을 삼수 끝에 통과한 뒤 올해 처음 실기에 응시했다. “현직 소믈리에라 실기가 좀 더 쉬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에 통과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8년 국내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해군작전사 9전단에서 어학병으로 복무 중에 소믈리에 국가대표 선발대회의 아마추어부문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 명문요리학교 CIA 재학 중 병역을 마치러 해군에 입대한 상태에서 재미 삼아 나간 대회였다.

 

198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김씨는 고교 때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 갔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CIA에 진학했다가 그곳에서 와인을 접했다. “와인의 무궁무진한 종류와 맛에 매력을 느껴” 공부를 하고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제대 후 CIA 동문인 임정식 셰프의 제안을 받아 2009년 서울 청담동 ‘정식당’의 오픈 멤버로 참여했다. 정식당은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중에 가장 정교한 와인 리스트를 갖췄다고 평가된다. 2년 간 일한 후 미 네바다주립대 호텔경영학과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졸업할 즈음 정식당이 뉴욕 지점을 개설하자 합류했고 미쉐린 2스타를 따내는 데 기여했다.

 

그는 “한국의 와인 문화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MS를 꿈꾸는 것으로 안다”며 “포기하지 않고 즐기면서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좋은 포도밭을 인수해서 멋진 와인을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고도 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기사출처_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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