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벌어진 미국의 석유재벌 해롤드 햄(Harold Hamm)의 이혼소송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우선 다투는 돈의 액수가 엄청났다. 그의 재산은 180억 달러나 되었는데, 이혼의 대가로 약 10억 달러를 받은 전 부인과 그 금액의 적정성을 놓고 다투었다. 그런데 이 소송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였다. 햄은 자기가 설립하고 경영한 석유회사의 성공은 거의 운에 따른 것이었고, 자신의 노력과 능력은 기껏해야 5~10% 정도밖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유산업과 관련된 공학적 지식도 전혀 없었고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에 전 부인 측은 햄이 회사의 전략과 운영 및 재무에 관한 중요 결정을 직접 내렸으며 햄의 회사가 동 업종의 다른 회사들보다 실적이 더 좋았다는 사실을 들어 회사가 성공한 것은 90% 이상 햄의 덕분이었다고 반박했다. 돈을 번 당사자는 자기가 잘해서 번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그와 다투는 상대방은 당신이 잘해서 돈을 번 것이라고 주장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일부 주의 이혼법에 의하면 결혼 전에 소유한 재산의 가치가 소유주의 노력과 무관하게 '수동적으로' 증식된 부분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대기업의 CEO들이 회사가 잘나갈 때 이를 자신들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며 천문학적 보너스를 받았다는 소식은 흔히 접하지만, 자신이 경영한 회사의 성공은 자신의 업적이 아니라 단지 행운이었다고 주장하는 CEO의 이야기는 흔치 않다. 물론 CEO들이 운의 역할을 항상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는 많은 CEO들이 이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시장상황을 탓하곤 한다. 대부분의 CEO들은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부류다. 우리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태도는 사실 상당히 보편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CEO들의 주장과는 별개로 실제로 회사 실적을 결정하는 데 운과 실력은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는 분배의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들이 받는 엄청난 보수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이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어떤 효과를 나타낼까? 만약 회사의 성과가 CEO의 특별한 능력과 노력 덕분이었다면 높은 보수는 정당한 것이고, 이들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이들이 열심히 일할 유인을 감소시킴으로써 회사와 경제전체의 가치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한 하버드 대학의 보수적 경제학자 그레그 맨큐(Greg Mankiw)가 "1%를 위한 변호"라는 글에서 주장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성과가 운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다면 과도한 보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높은 세금도 정당화될 것이다.

 

위의 이혼소송에서 판사는 햄의 손을 들어주었다. 햄이 설립하고 운영한 회사가 번 돈은 햄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행운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회사로부터 받은 수천만 달러의 보수는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판결은 그랬다. 아마도 그가 가진 돈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햄이 행운으로 돈을 번 것이라는 판결에는 나름 학문적 근거가 존재한다. CEO의 보수가 주로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현상을 가리켜 '행운의 보수'라고 부른다. 이는 다음과 같이 엄밀한 연구에 의해 확인되었다. 우선 개별기업들의 매출액 증가나 이익 등 다양한 성과지표를 전반적인 경제상태, 원자재 가격, 환율변동, 동종업종의 다른 기업들의 평균적 성과 등 외부여건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그 나머지 부분으로 나눈다. CEO가 영향을 미친 것은 기껏해야 후자일 따름이다. 따라서 만약 CEO의 보수가 그들의 가치창출 혹은 경제적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면 기업 외부 여건과는 상관이 없어야 하고 나머지 부분, 개별기업에 고유한 요인에 의해서만 좌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경영진의 보수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경우는 기업고유의 요인에 의한 성과가 높을 때가 아니라 시장여건이 좋아서 기업이 잘나갈 때다. 더군다나 운이 좋을 때는 보수가 오르지만 운이 나쁠 때는 보수가 줄지 않는 비대칭 현상도 발견되었다.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불운 탓이라는 CEO들의 주장이 실제로 먹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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