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4.22 (양육비청구관련)

 


【판시사항】
성년에 이르는 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된 민법 시행 이전에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하는 재판이 확정되었으나, 법 시행 당시 사건본인이 성년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양육비 지급의 종료 시점(=사건본인이 19세에 이르기 전날)


【결정요지】
이혼한 부부 중 일방이 미성년자의 자녀에 대한 양육자 지정청구와 함께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로서 양육비 지급을 동시에 청구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청구에 따라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한 확정판결이나 이와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정조서나 화해권고결정 등에서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르는 전날까지 양육비 지급을 명한 경우 재판의 확정 후 사건본인이 성년에 도달하기 전에 법률의 개정으로 성년에 이르는 연령이 변경되었다면 변경된 성년 연령이 양육비를 지급하는 종료 기준시점이 된다. 따라서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된 민법 제4조에 의하여 성년에 이르는 연령이 종전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되었으므로 법 시행 이전에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하는 재판이 확정되었더라도 법 시행 당시 사건본인이 아직 성년에 도달하지 아니한 이상 양육비 종료 시점은 개정된 민법 규정에 따라 사건본인이 19세에 이르기 전날까지로 봄이 타당하다.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특별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이혼한 부부 중 일방이 미성년자의 자녀에 대한 양육자 지정청구와 함께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로서 양육비 지급을 동시에 청구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청구에 따라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한 확정판결이나 이와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정조서나 화해권고결정 등에서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르는 전날까지 양육비 지급을 명한 경우 그 재판의 확정 후 사건본인이 성년에 도달하기 전에 법률의 개정으로 성년에 이르는 연령이 변경되었다면 변경된 성년 연령이 양육비를 지급하는 종료 기준시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된 민법 제4조에 의하여 성년에 이르는 연령이 종전 20세에서 19세로 변경되었으므로 위 법 시행 이전에 장래의 양육비 지급을 명하는 재판이 확정되었더라도 위 법 시행 당시 사건본인이 아직 성년에 도달하지 아니한 이상 양육비 종료 시점은 개정된 민법 규정에 따라 사건본인이 19세에 이르기 전날까지로 봄이 타당하다.

나. 한편 가사소송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행명령은 과태료 또는 감치와 같은 제재를 통하여 판결, 심판, 조정조서 등에 의하여 확정되어 있는 금전의 지급의무 등의 이행을 촉구하는 가사소송법상의 이행확보제도로서, 권리의 존부를 확정하는 기관과 그 확정된 권리를 실현하는 기관을 엄격히 분리시키지 아니하고 권리의 존부를 확정한 판단기관 자신이 의무의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권리의 존부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이미 확정되어 있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의 일부라는 점에서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과 다르지 아니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가사소송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행명령으로 판결, 심판, 조정조서 등에 의하여 확정되어 있는 의무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의무자에 대하여 새로운 의무를 창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2. 11.자 2015으26 결정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신청인은 특별항고인과 혼인하여 슬하에 사건본인 1(1994. 12. 18.생), 사건본인 2(1996. 3. 5.생)를 두었다.

나. 신청인이 특별항고인과 소외 1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가정법원 2012드합5636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 사건에서 위 법원이 2012. 7. 9. “신청인과 특별항고인은 이혼하고, 사건본인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신청인을 지정하며, 특별항고인은 신청인에게 사건본인들에 대한 양육비로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사건본인들이 성년이 되기 전날까지 사건본인 1인당 월 2,000,000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기로 한다.” 등의 내용으로 화해권고결정(이하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라고 한다)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쌍방이 이의하지 아니하여 2012. 8. 11.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특별항고인은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이행을 위하여 2013. 3. 4.부터 2015. 8. 20.까지 사건본인 2 명의의 예금계좌로 소외 2, ○○수산, 소외 3, 소외 4 등의 명의로 합계 70,950,000원을 송금하였다(특별항고인은 위 기간 이후에도 매월 일정 금액을 동일한 방법으로 송금하여 오고 있다).

라. 신청인은 특별항고인이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원심법원에 가사소송법 제64조에 따른 이행명령을 신청하였다.

마. 이에 대하여 원심은 특별항고인에게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의무이행으로서 신청인에게 미지급 양육비 중 32,000,000원을 분할하여 2016. 1.부터 2016. 4.까지 매월 말일에 8,000,000원씩을 지급하라.”라는 이행명령(이하 ‘이 사건 이행명령’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 성년이 되는 연령을 20세에서 19세로 낮춘 개정 민법 시행 전에 확정되었더라도 사건본인 1, 사건본인 2가 위 개정 민법 시행일인 2013. 7. 1. 당시 아직 성년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의한 양육비 종료 시점은 사건본인들이 19세가 되기 전날까지로 보아야 한다.

그 결과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특별항고인이 신청인에게 사건본인들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하여야 할 기간은 사건본인 1에 대하여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 확정일인 2012. 8. 11.부터 사건본인 1이 19세가 되기 전날인 2013. 12. 17.까지(16개월 7일), 사건본인 2에 대하여 위 2012. 8. 11.부터 사건본인 2가 19세가 되기 전날인 2015. 3. 4.까지(30개월 24일)이고, 이는 합하여 약 47개월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양육비 지급비율인 월 2,000,000원을 곱하면 특별항고인이 신청인에게 지급할 전체 양육비가 94,000,000원(2,000,000원 × 47)이 되는데, 여기서 특별항고인이 2015. 8. 20.까지 양육비로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합계 70,950,000원을 공제하면 미지급 양육비는 23,050,000원(94,000,000원 - 70,950,000원)이 된다고 보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항고인에게 사건본인들에 대한 미지급 양육비 중 32,000,000원을 분할하여 2016. 1.부터 2016.

4.까지 매월 말일에 8,000,000원씩의 지급을 명한 이 사건 이행명령은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의하여 확정되어 있는 의무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특별 항고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창설한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이행명령을 한 원심결정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민사소송법 제449조 소정의 특별항고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특별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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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8. 선고(이혼)


【판시사항】
갑과 을은 법률상 부부로서 두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갑이 집을 나가 병과 동거하며 그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고, 을과는 생활비 등 금전 지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다가, 갑이 을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고, 을은 갑을 상대로 예비적 반소로 재산분할 등을 청구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원인이 존재하고, 별거 이후에 갑 명의로 취득한 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과 을은 법률상 부부로서 두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갑이 집을 나가 병과 동거하며 그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고, 을과는 생활비 등 금전 지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다가, 갑이 을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고, 을은 갑을 상대로 예비적 반소로 재산분할 등을 청구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혼인생활은 약 15년간의 별거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른 점, 갑과 을은 별거기간 중 서로 관계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아니한 점, 갑이 을과 그 사이의 자녀들에게 생활비, 양육비, 결혼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지급하여 별거기간 동안 경제적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갑과 을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하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별거 이후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을의 기여가 있었으므로, 별거 이후에 갑 명의로 취득한 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주 문】
1. 제1심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재산분할로 207,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부대항소 및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부대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본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이혼한다.

나. 반소
원고의 본소 청구가 인용되는 것을 조건으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반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재산분할로 514,8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본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의 본소 청구가 인용되는 것을 조건으로, 제1심판결의 반소 부분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예비적 반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당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재산분할로 499,8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3.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의 반소 중 원고에 대하여 위자료로 50,000,000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원고 패소 부분과 재산분할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와 피고는 1983. 2. 23.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소외 1(1984. 1. 19.생)과 소외 2(1986. 4. 3.생)를 자녀로 두고 있다.

나. 원고와 피고는 결혼 후 6개월이 경과할 무렵인 1983년경 캐나다에 이주하여 생활하다가 1990. 4.경 귀국하여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생활하였다.

다. 원고는 2001년경 소외 3 주식회사 지사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면서 알게 된 소외 4(개명 전 소외 4)와 교제하였고, 2001. 4.경 집을 나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원룸에서 소외 4와 동거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그 사이에 자녀 소외 5(여, 변경 전 이름 소외 5, 2003. 7. 10.생)와 소외 6(남, 2012. 3. 7.생)을 낳아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다.

라. 피고는 2003년경 자녀 소외 1, 소외 2를 데리고 캐나다로 이주하여 생활하다가 2007년경 귀국하였고, 이후 아들인 소외 2도 귀국하여 결혼하였으며, 딸인 소외 1은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다.

마. 한편 원고는 2006. 7. 26. 피고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06드단13473호로 ‘피고가 원고의 부모에게 폭언하고 무리하게 돈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일삼아 원고와의 사이에 갈등을 일으켰고 이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는 이유로 이혼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7. 10. 24. ‘원고가 소외 4와 동거하면서 아이를 출산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실질적으로 파탄되었다’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수원지방법원 2007르1772호로 항소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8. 6. 10. ‘원고의 부정행위가 혼인관계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원인이 되었고,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이 오기나 보복의 감정에 의하여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위와 같이 패소판결이 확정된 후 2013. 5. 24. 다시 이 사건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다.

사. 원고와 피고는 2001년경 이후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생활비 등 금전 지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별다른 연락 없이 지냈다. 원고는 별거하기 시작한 2001. 4.경부터 2014. 9.경까지 피고에게 합계 556,158,715원을 송금하였다. 또한 원고는 자녀들의 학비 및 생활비 명목으로 2008. 3. 3.부터 2013. 12. 2.까지 자녀들의 계좌로 미화(USD) 총 264,609.32달러를 송금하고, 2014. 1. 1.부터 2014. 11. 21.까지 자녀들의 계좌로 미화 총 32,179.89달러를 송금하였다. 원고는 자녀들로 하여금 원고의 현대카드를 사용하게 하여 자녀들은 2011. 8.경부터 2014. 11. 10.까지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총 104,417,512원을 사용하였다.

아. 원고는 현재까지 일관되게 이혼을 바라고 있는 반면, 피고는 여전히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4, 8 내지 10, 14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제1심법원의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 제1심 가사조사관 작성 가사조사보고서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 이혼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므1078 판결 참조).

그러나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책임이 반드시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검토

1)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 및 위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시점에서의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①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은 2001. 4.경부터 현재까지 약 15년간의 별거로 인하여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원고와 피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르렀으며, 이에 더하여 원고가 위 기간 소외 4와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출생하게 되었다.

② 원고와 피고는 위 별거기간 중 생활비 등 금전 지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면서 서로 관계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다.

③ 원고는 2001. 4.경 별거한 때부터 소외 2의 결혼 이후 2014. 6.경까지 피고와 소외 1, 소외 2에게 생활비, 양육비, 결혼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지급하여 별거기간 동안 총 10억 원 정도를 지급하는 등 피고와 자녀들에 대한 경제적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지 아니하였다.

④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원고와 피고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었다고 보인다.

⑤ 원고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피고는 제1심에서 본소 청구가 인용될 것을 조건으로 예비적 반소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구하였고, 본소 이혼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도 반소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하고 본소 이혼 부분에 대해서는 다투지 아니하다가 2015. 7. 9. 본소 이혼 청구 부분도 다투는 것으로 항소취지를 변경하는 등 피고의 혼인계속의사가 확고하다고 보기 어렵고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원고와 이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와 피고가 처한 현재 상황에 비추어 피고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의사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이고, 피고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⑦ 특히 원고와 피고는 모두 캐나다 국적의 외국인으로 캐나다 법에 의하면 1년 이상 별거한 경우 이혼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⑧ 원고와 소외 4 사이에는 미성년 자녀 2명이 출생하여 원고와 소외 4의 양육과 보호 아래 함께 동거하고 있는 반면에 원고와 피고 사이의 자녀는 모두 성인으로 자녀 소외 1은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자녀 소외 2는 결혼하여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⑨ 피고가 현재 경제적으로 원고에 비해 열악하기는 하나,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아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고, 피고의 외국어 능력과 사업 경력 등을 살려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따라서 민법 제840조 제6호를 원인으로 하는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있다.


3. 반소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원고의 소외 4와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당사자의 연령 및 재산상황,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면,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8,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8,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4. 7. 9.부터 원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5. 1.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재산형성의 경위

1) 원고와 피고는 혼인 이후 6개월이 경과할 무렵인 1983년경부터 1990. 4.경까지 캐나다로 이주하였는데, 원고는 캐나다 영주권을 갖고 있는 피고의 배우자 초청을 통하여 캐나다로 이주하여 학업에 종사하였고, 피고는 캐나다에서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원고 부모의 경제적 도움으로 캐나다에서 생활하다가 1990. 4.경 귀국하여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임차하여 거주하였는데 그 임대차보증금은 원고 부모가 마련하였다.

2) 원고는 귀국 이후 소외 3 주식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였다. 한편 원고와 피고는 1992. 8. 25.부터 1995. 6. 30.까지 피고 명의로 △△물산이라는 상호로 개인사업체를 설립하여 □□□□□□ 매장을 운영하였고, 1995. 4. 4.부터 1998. 12. 31.까지 소외 7 주식회사(대표자는 피고)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함께 운영하면서 □□□□□□ 주얼리와 다른 브랜드의 주얼리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렸다.

3) 원고는 2000년경부터 소외 3 주식회사 지사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2013. 4. 30. 중도 퇴직하였는데, 2000. 5. 1.부터 2013. 4. 30.까지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으로 153,575,557원을 수령하였다.

4) 한편 피고는 2003년경 자녀인 소외 1, 소외 2와 함께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 임대차보증금 1억 6,500만 원을 반환받아 그중 6,500만 원을 캐나다 정착비용으로 사용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별거한 이후 피고와 자녀들에게 합계 10억 원 정도의 생활비와 양육비 등을 송금하였다.

5) 원고는 2001. 4.경 피고와 별거하고 소외 4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원룸에서 동거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별다른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6) 이후 원고는 2004. 3. 8. 서울 강서구 염창동 (주소 1 생략) 101동 206호(이하 ‘이 사건 염창동 아파트’라 한다)에 관하여 2004. 2. 6.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당시 원고의 급여소득 등으로 매매대금을 마련하였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염창동 아파트에 관하여 주식회사 한국씨티은행 앞으로 2004. 3. 8. 채권최고액 1억 4,400만 원, 2009. 12. 30. 채권최고액 6,240만 원의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2014. 11. 11. 기준으로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1억 5,000만 원이다.

7) 원고와 소외 4는 2009. 11. 20. 서울 송파구 (주소 2 생략), 343동 1602호(잠실동, ◇◇◇◇)를 임대차보증금 5억 3,000만 원에 소외 4 명의로 임차하여 거주하다가 2년 뒤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을 6억 5,000만 원으로 증액하였다. 이후 원고와 소외 4는 2013. 1. 29. 서울 강남구 (주소 3 생략), 303동 402호(도곡동, ☆☆☆☆☆☆☆)(이하 ‘이 사건 도곡동 아파트’라 한다)를 15억 2,000만 원에 매수하여 2013. 3. 4. 각각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이 사건 도곡동 아파트의 매매대금은 잠실동 ◇◇◇◇의 임대차보증금과 원고의 급여소득 등으로 마련하였다.

8) 피고는 2010. 12. 9. 성남시 분당구 (주소 4 생략), 1064호(수내동, ▽▽▽▽▽▽▽)를 임대차보증금 1,000만 원, 월차임 85만 원에 임차하여 현재까지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인정 근거] 갑 제2, 3, 6, 7호증, 을 제1 내지 3, 7, 8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제1심법원의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에 대한 각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 제1심 가사조사관 작성 가사조사보고서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분할대상 재산 및 가액

1) 분할대상 재산

원고는 원고 명의의 재산은 피고와의 혼인이 파탄된 이후에 형성된 재산이므로 이 사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설령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와 자녀에게 별거기간 동안 10억 원 정도 송금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더 이상의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 있어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동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함(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므1455 판결 참조)은 원고 주장과 같다.

그러나 원고가 캐나다에서의 유학 생활과 귀국 후 □□□□□□ 매장 운영을 통하여 소외 3 주식회사 지사장으로 취임한 후 그 급여소득으로 현재 원고 명의 재산을 취득한 점, 원고는 캐나다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피고의 배우자 초청을 통하여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고, 피고는 캐나다에서 7년간 원고의 유학생활을 뒷바라지하고 귀국한 이후에도 원고와 함께 □□□□□□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원고가 지사장에 취임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고, 또한 별거기간에는 자녀 양육을 전담한 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이 각 규정하고 있는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과 성실한 근무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도 지니고, 이러한 퇴직급여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근무할 것이 요구되는바, 그와 같이 근무함에 있어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 퇴직급여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임금의 후불적 성격도 갖는 퇴직금과 원고의 급여소득을 분리하여 퇴직금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별거기간 원고가 수령한 급여소득과 별거기간에 대한 퇴직금에 대하여도 피고의 기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 주장과 같이 별거 이후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원고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의 기여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별거 이후에 원고 명의로 취득한 재산도 이 사건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되, 다만 원고가 별거기간 피고와 자녀에게 생활비와 양육비를 지속적으로 지급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에서 참작한다.

2) 분할대상 재산의 가액

① 원고의 순재산: 1,311,075,557원

② 피고의 순재산: 68,000,000원

③ 원·피고의 순재산 합계: 1,379,075,557원

다. 분할대상 각 재산에 관한 당사자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 명의의 이 사건 염창동 아파트

원고는, 2004. 3. 8. 이 사건 염창동 아파트를 매수한 이래 현재까지 원고의 모친과 여동생이 거주하고 있고, 2002년경 원고의 모친으로부터 차용한 1억 8,000만 원을 감안하여 원고 모친에게 사실상 대물변제를 한 재산이므로 분할대상 재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2002년경 원고 모친으로부터 1억 8,000만 원을 차용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달리 원고가 원고 모친에게 이 사건 염창동 아파트에 관하여 대물변제를 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 명의의 한국씨티은행 예금

피고는 한국씨티은행 예금 5,800만 원가량을 보유하다가 생활비와 캐나다에 있는 자녀 방문 비용으로 모두 소비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제1심법원의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13. 8. 26.부터 2013. 10. 10.까지 제1심법원에서 가사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적극재산으로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5,800만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실제로 피고는 한국씨티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에 2013. 10. 16.경 58,641,415원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 그런데 피고는 2013. 10. 24.에 1,000만 원, 2013. 10. 28.에 4,730만 원을 인출한 사실, 이후 피고는 2014. 6. 5.자 예비적 반소장에서도 5,800만 원의 예금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술하다가 2014. 11. 19.자 준비서면에서부터 예금채권을 생활비와 캐나다 방문비용으로 모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가 제1심 가사조사 이후 5,800만 원에 이르는 예금을 갑자기 한꺼번에 인출한 점, 인출한 시기, 주장의 변천 과정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를 인출하여 보유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피고가 위 금원을 모두 소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고 명의의 소외 8에 대한 800만 원의 채무

피고는 1차 이혼소송에서 피고의 소송대리이었던 소외 8 변호사에게 변호사 수임료 8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한 채 소송을 진행한 후 현재까지 변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소극재산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차 이혼소송에서 소외 9 변호사가 피고의 소송을 대리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피고가 소외 8 변호사에게 800만 원의 수임료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재산분할의 비율 및 방법

1) 재산분할의 비율: 원고 80%, 피고 20%

[판단 근거] 위에서 본 분할대상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기여 정도,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별거기간, 원·피고의 나이와 직업, 원고가 소외 3 주식회사 지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경위, 별거 이후 원고가 피고와 자녀를 부양한 사정, 현재의 재산 상태,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참작

2) 재산분할의 방법: 분할대상 재산의 형태, 소유 명의 및 이용 상황, 당사자의 의사, 분할의 편의성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원·피고 명의의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은 현재 명의 그대로 원·피고의 소유와 책임으로 확정적으로 귀속시키되, 그 상태에서 재산분할 비율에 따라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금액에 부족한 부분을 원고가 피고에게 현금으로 정산하는 것으로 정한다.

3)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재산분할금: 207,000,000원

[계산식]

가) 원고와 피고의 순재산 중 재산분할비율에 따른 피고의 몫

순재산 합계 1,379,075,557원 × 20% = 275,815,111원

나) 위 가)항의 돈과 피고 순재산의 차액

275,815,111원 - 68,000,000원 = 207,815,111원

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 위 나)항의 금액을 약간 하회하는 207,000,000원

마.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207,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이혼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 위자료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정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와 같이 변경하고, 제1심판결 중 본소 부분과 반소 위자료 청구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부대항소와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애(재판장) 김종우 홍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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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2. 18. 선고(혼인의무효등·이혼)

 


【판시사항】
[1]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불고지 또는 침묵을 위법한 기망행위로 보기 위한 요건 및 이때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3]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였으나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양육이나 교류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아니 되고,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시기 및 정도,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하였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와 위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3]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민법 제816조 제3호는 부부 일방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민법 제825조, 제806조는 혼인이 취소되는 때에는 부부 일방이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혼인의 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제3자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위법한 수단으로 상대방 당사자를 기망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혼인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착오에 빠졌으며,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혼인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상대방은 법원에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또한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나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사기에 의하여 성립한 혼인관계의 해소와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을 통해 혼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혼인질서를 확립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다만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으로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를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여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민법 제816조는 혼인의 취소사유를 개별적으로 열거하는 한편, 법원의 재판으로만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혼인이 취소되더라도 재산상 법률관계의 경우와는 달리 당사자들의 생활관계가 혼인성립 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고, 민법도 혼인의 무효와 취소를 구별하면서(제815조, 제816조), 혼인의 효력이 아예 발생하지 아니하는 혼인무효와 달리 혼인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제824조), 이와 별도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협의상 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을 통해 혼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의 취소는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성립 당시의 사유를 들어 이제라도 혼인의 효력을 상실시켜야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

나.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그러한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로부터 고지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아니 되고,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그 시기 및 정도,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하였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와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특히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국제결혼중개업자의 소개로 베트남 국적의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를 알게 되어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2012. 4. 9. 김제시 ○○면장에게 혼인신고를 마쳤다.

나. 피고는 원고와 혼인하기 전에 베트남에서 아이를 출산한 적이 있는데, 피고와 결혼중개업자가 피고의 출산 경력을 원고에게 고지한 적이 없어, 원고는 혼인 당시 피고에게 출산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 피고는 2012. 7. 28.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원고, 원고의 모, 원고의 계부와 함께 거주하면서 혼인생활을 하였는데, 원고의 계부가 피고를 강간하고 강제추행한 사실로 기소되어 2013. 5. 30. 징역 7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그런데 원고는 위 형사사건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3. 8. 무렵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기 전에 베트남에서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 이에 원고는 2013. 8. 28.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 등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만 13세 무렵이던 2003. 10.경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인 타이족 남성으로부터 납치되어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하였는데, 위 남성이 자주 술을 마시고 피고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피고는 2004. 6.경 이를 피하여 친정집으로 돌아왔고, 2004. 8.경 아들을 출산하였는데 위 남성이 아들을 데리고 가버렸다.”고 주장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만약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아동성폭력범죄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였으나 곧바로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이후 8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출산 경력을 단순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곧바로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 즉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된 경위 및 그 자녀와의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원고가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여부, 혼인의 풍속과 관습이 상이한 국제결혼의 당사자들인 원고와 피고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한 다음, 그 심리 결과에 기초하여 고지의무의 존부와 그 위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쉽게 단정하여 원고의 혼인취소청구와 위자료청구의 일부를 인용하고, 피고의 이혼청구와 위자료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하여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3호 혼인취소사유와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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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사건〉




【판시사항】

민법 제840조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 및 판단 기준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이는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데에는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가족과 혼인생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역설적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나)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볼 때, 민법 제840조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 (가) 이혼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아울러 이혼 법제 및 실무의 변화 등을 함께 종합하여 볼 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840조 제6호 이혼사유에 의한 재판상 이혼청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는 상당히 감소하였다.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파탄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등을 판단할 때에 참작하여야 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의사를 참작하였음에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다시 상대방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가지고 형식에 불과한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이혼청구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의 혼인해소 절차를 규정한 재판상 이혼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간통죄는 과거의 간통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적인 제재인 반면 혼인파탄에 따른 이혼은 혼인의 실체가 소멸함에 따른 장래의 혼인 법률관계의 해소로서 제도의 목적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간통을 한 유책배우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민사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간통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법률관계를 달리 처우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나)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에도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고 상대방이 이를 거부한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더 이상 이혼을 둘러싼 갈등 해소에 적절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지만,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교육·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그리고 혼인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에 대하여 재판상 이혼을 허용할 경우에도, 혼인관계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할 때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혼인 해소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실질적인 손해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재산분할의 비율·액수를 정할 때에도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혼청구 배우자의 귀책사유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보호 및 배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810조, 제816조 제1호, 제826조 제1항, 제834조, 제840조, 헌법 제36조 제1항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원고 준비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으로서, 그 본질은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민법 제826조 제1항), 이는 혼인의 본질이 요청하는 바로서,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혼인생활 중에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참조).

나. 혼인은 이혼에 의하여 해소된다. 부부는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수 있고(민법 제834조), 부부의 일방은 법률에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40조). 민법 제840조는 제1호 내지 제5호에서 재판상 이혼원인이 되는 이혼사유를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와 같이 구체적·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외에, 제6호에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하 ‘제6호 이혼사유’라고 한다)를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6호 이혼사유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판례는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므1690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등 참조).

다. 이혼제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이른바 유책주의(유책주의)와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이른바 파탄주의(파탄주의)로 대별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은 혼인의 효력뿐만 아니라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평가 및 판단에서도 지도원리가 된다. 따라서 법원은 민법 제840조에 규정된 재판상 이혼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지도원리로 하여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국민의 보편적 도덕관념 그리고 각국의 입법추세 등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상충되는 법익을 조정하면서도 일관된 법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법 생활에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 가. 대법원은 일찍부터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민법 제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그리하여 민법 제840조 제1호 내지 제5호의 이혼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그 이혼사유를 일으킨 배우자보다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 배우자는 그러한 이혼사유를 들어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므1078 판결 등 참조). 또한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임을 확인하고 있다(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 대법원 1971. 3. 23. 선고 71므41 판결, 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므28 판결, 대법원 1990. 4. 27. 선고 90므95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므990 판결 등 참조).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혼인의 파탄을 자초한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배치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는 축출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혼인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희망하지 아니하고 있는 상대방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서는 이혼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일 뿐, 상대방 배우자에게도 그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까지 파탄된 혼인의 계속을 강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므로,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 혹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타당하고, 그러한 경우에까지 이혼을 거부하여 혼인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은 쌍방이 더 이상 계속할 의사가 없는 혼인관계가 형식상 지속되고 있음을 빌미로 하여 유책배우자를 사적으로 보복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를 시인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위에서 본 대법원 86므28 판결, 대법원 2009므2130 판결 및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1므177, 184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7므155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대법원판례의 태도에 대하여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의 입법례가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이미 바뀐 점, 부부공동생활관계가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혼인은 한낱 형식에 불과할 뿐 이혼은 불가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책배우자라고 하여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면이 있는 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판례가 형성된 1960년대 중반이나 그 판례가 확립된 1980년대 후반까지는 민법상 재산분할과 면접교섭권 제도가 없었으나 그 후 민법이 개정되어 이혼한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 대한 양육권, 친권 등도 남녀 간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되기에 이른 점,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과 더불어 가족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혼율이 급증하여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된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이제는 제6호 이혼사유의 해석에 있어서도 본래의 입법 취지에 맞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검토하여 본다.

다. 대법원이 종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한 데에는, 스스로 혼인의 파탄을 야기한 사람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라는 일반적 논리와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인 만큼 만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허용한다면, 특히 파탄에 책임이 없는 여성배우자가 이혼 후의 생계나 자녀 부양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일방적인 불이익을 입게 될 위험이 크므로 유책인 남성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함으로써 여성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고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대법원이 종래 취해온 법의 해석을 바꾸려면 이혼에 관련된 전체적인 법체계와 현 시점에서 종래 대법원판례의 배경이 된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는지 등에 관한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

첫째로,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2014년 현재 전체 이혼 중 77.7% 정도가 협의상 이혼에 해당하는 실정이다. 이는 곧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1990. 1. 13. 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됨으로써 이혼한 여성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파탄주의 입법례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혼인생활이 파탄되더라도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이혼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일방에게 심히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등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가혹조항’을 두어 파탄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이혼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이혼 후 부양 제도라든지 보상급부 제도 등 유책배우자에게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한편으로 파탄주의 원칙을 채택하면서도 다른 한편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나 자녀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둠으로써 파탄주의의 시행에 따른 상대방의 일방적인 희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물론 법원이 판례로써 파탄주의의 적용에 관하여 어느 정도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의 운영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실무를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나, 그와 같은 사법적 기능만으로 상대방을 보호하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하고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셋째로, 유책배우자의 책임사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자 아닌 사람과 사실혼에 가까운 불륜관계를 맺는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중혼을 금지하고 있고(민법 제810조), 이를 위반한 때에는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으나(민법 제816조 제1호), 이를 처벌하는 형벌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다. 사실상 중혼에 대한 형벌조항으로 기능하던 간통죄가 2015. 2. 26.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폐지된 이상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법원판례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데에는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넷째로, 가족과 혼인생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역설적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라.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볼 때,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그 주장이 들고 있는 여러 논거를 감안하더라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대법원판례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대법원판례에서 이미 허용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3.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와 피고는 1976. 3. 9.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사실, ② 원고는 2000. 1.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소외인과 동거하고 있는 사실, ③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한 사실, ④ 피고는 직업이 없고 원고로부터 생활비로 지급받은 월 100만 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그나마 2012. 1.경부터는 원고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 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하며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이고,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보아도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거나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제6호 이혼사유 또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는 더 이상 혼인생활은 기대할 수 없음을 말하며, 결국 혼인의 실체가 소멸하여 부존재하고 혼인이라는 외형만이 남아 있을 뿐인 상태를 뜻한다. 혼인생활의 회복이 불가능하여 법률이 예정한 부부공동생활체로서의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소멸하였다면, 이는 실질적인 이혼상태라 할 것이므로 그에 맞게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하여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상태의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하여 이혼을 인정하는 것은 현재 소멸하여 있는 혼인 실체의 부존재를 확인하여 줌에 그칠 뿐, 아직 그 실체가 남아 있어 혼인생활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새로이 그 실체를 깨뜨려 혼인을 해소하는 것이 아님에 유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비록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기까지 과정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쌍방 또는 일방에게 주된 귀책사유가 있을 수 있지만,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그 귀책사유는 더 이상 혼인의 실체 유지나 회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그 귀책사유가 그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한다. 다만 그와 같은 귀책사유에 대하여는, 그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은 손해나 상대방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 및 재산분할 등에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묻고 아울러 이를 통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6호 이혼사유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면서도, 그와 같이 회복불가능한 상태의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의한 재판상 이혼청구를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고, 다수의견과 같은 취지의 종전 대법원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아래에서 이와 같은 요지의 반대의견이 타당함에 대한 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나. 혼인적령에 이른 사람이 혼인의 합의를 하고 혼인신고를 하면 혼인이 성립한다(민법 제807조, 제812조 제1항, 제815조 제1호). 혼인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826조 제1항). 헌법 제36조 제1항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여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있다. 혼인이 성립하면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고 보호하여 부부공동생활로서의 혼인이 유지되도록 상호 간에 포괄적으로 협력하여야 하며, 혼인생활 중에 그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혼인에 의하여 공동생활을 이룬 부부가 여러 사정에 의하여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민법은 이러한 혼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협의상 이혼(민법 제834조)과 재판상 이혼(민법 제840조) 제도를 두고 있다.

협의상 이혼은 가정법원으로부터 이혼의사를 확인받아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며 그 이혼사유에 제한이 없으므로, 부부 사이에 이혼에 관한 진정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혼이 허용된다.

한편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는 경우에 허용되며,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가정법원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협의상 이혼제도를 두면서도 별도로 재판상 이혼제도를 마련한 목적은, 부부 사이에 이혼에 대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더라도 혼인의 해소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여, 헌법이 인정한 혼인의 제도적 보장 취지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객관적인 재판상 이혼사유를 법률로 정하되 가정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 이혼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이혼원인으로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사유를 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 제1호 내지 제5호의 사유는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 또는 상대방의 3년 이상의 생사불명으로서 모두 이혼청구 상대방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으나, 제6호 이혼사유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 하여 추상적·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 그동안 대법원은 제6호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하여 왔다(위 대법원 90므1067 판결 등 참조).

혼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적 조직체인 가정을 형성하는 주요한 토대가 되는 것이어서 일단 맺어진 혼인관계는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때에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의 부부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혼인의 실체는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법적으로만 혼인이 해소되지 아니하였을 뿐, 혼인관계를 파탄되기 전의 상태로 돌이킬 수 없고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의 회복이나 동거의무 등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그 혼인을 토대로 형성된 가정이 그 구성원인 부부와 자녀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조직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외형적으로만 혼인이 유지된 부부로서 서로 대립·갈등하는 관계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녀의 인격형성과 정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한 부부의 서로에 대한 악감정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어 부모·자녀 관계마저 파탄에 이르게 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외형뿐인 혼인관계를 존속시키면 이는 쌍방 배우자에게 실제로 이행 불가능한 부부공동생활 내지는 동거의무 등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제6호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지 여부가 제6호 이혼사유의 해당 여부에 대한 기준이 되므로, 그 파탄의 정도, 혼인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및 양육,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그 밖의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함과 아울러(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므24 판결 등 참조),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호하려는 민법의 취지와 혼인제도를 보장하려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라. (1) 한편 대법원은, 위와 같이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그 파탄이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또는 주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유로 인한 경우이거나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책임이 상대방 배우자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다만 이혼청구 상대방이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왔다(위 대법원 65므37 판결, 위 대법원 86므28 판결, 위 대법원 90므1067 판결 등 참조).

(2) 이처럼 대법원이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제한하여 온 것은 혼인의 파탄을 자초한 사람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관계를 고의로 파기한 불법을 행한 사람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게 되어 혼인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는 축출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위 대법원 71므41 판결, 위 대법원 86므2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혼을 하나의 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귀책사유 없이 이혼한 여성배우자가 이혼 후에 경제적으로 자립하거나 사회활동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아니한 사정 및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부양·양육 등에 관하여 불이익을 입지 아니하도록 하는 제도나 절차도 충분하지 아니한 사정을 고려하여,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여성배우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그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3) 그러나 주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지 아니한 결과, 부부가 서로 승소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이혼소송절차에서 부부 쌍방은 혼인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대립을 들추어내어 그에 관한 책임공방을 벌이게 되고 아울러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악감정을 쏟아내게 되어 부부관계는 더욱 적대적으로 되고 이혼소송의 심리가 과거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것에만 집중되는 나머지 이혼 과정에서의 갈등 해소, 이혼 후의 생활이나 자녀의 양육과 복지 등에 관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는 폐단이 있어 왔다.

그리고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경위는 대체로 복잡·미묘하여 그 책임이 당사자 어느 한쪽에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또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앞에서 본 것처럼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파탄되었다면 부부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혼인의 실체가 객관적으로 소멸하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다수의견도 인정하듯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주된 유책성도 약화될 수 있으며, 파탄 상태의 장기간 지속 원인이나 그 밖의 다른 여러 사정이 변화하면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에 관한 법적·사회적 의의가 현저히 줄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하거나 적절하지 아니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위 대법원 2009므2130 판결 참조).

(4)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 및 개인 중심적인 사회변화와 함께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협의이혼 등에 의한 이혼이 증가함에 따라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중요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하여 이혼도 가능하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도 남성에 못지않은 경제적 능력을 갖추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이혼 후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다. 그리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어 1991. 1. 1.부터 시행된 민법은 가족생활에서의 남녀평등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헌법 정신을 반영하여 이혼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제도 등을 신설하고 자녀에 대한 양육권과 친권도 남녀 사이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하였다. 나아가 실제의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여성배우자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 비율이 점차 늘어나 서로 대등한 정도에 이르는 사건도 상당수 있으며, 이혼 재판실무에서도 여성배우자에 대한 보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비록 민법이 이혼 후에는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를 인정하지 아니하지만, 그 대신 이혼 후 부양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법제에서는 대체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민법 제843조, 제806조),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판례(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에 따라 실무상 이혼 후의 부양 필요성을 반영하여 재산분할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미 발생한 퇴직연금수급권이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가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하는 것을 허용함에 따라, 정기적인 재산분할금의 지급을 통한 이혼 후의 생활보장 내지 부양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혼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아울러 이혼 법제 및 실무의 변화 등을 함께 종합하여 볼 때, 종전의 대법원판례와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의한 재판상 이혼청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는 상당히 감소하였다 할 것이고, 오히려 이러한 사정들을 반영하여 제6호 이혼사유에 의한 이혼 여부에 관한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새로이 세워야 할 때가 되었다.

(5)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파탄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등을 판단할 때에 참작하여야 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의사를 참작하였음에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다시 상대방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가지고 형식에 불과한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이혼청구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의 혼인해소 절차를 규정한 재판상 이혼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파탄주의가 허용됨에도 그에 갈음하는 기능을 하는 재판상 이혼에는 파탄주의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다수의견이 타당하지 아니함을 알 수 있다.

(6) 한편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함에 따라 간통행위가 더 이상 처벌받지 아니하게 되었다. 그러나 간통죄는 과거의 간통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적인 제재인 반면 혼인파탄에 따른 이혼은 혼인의 실체가 소멸함에 따른 장래의 혼인 법률관계의 해소로서 그 제도의 목적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간통을 한 유책배우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민사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간통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법률관계를 달리 처우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이혼청구권의 인정 여부는 법률의 규정 및 혼인과 이혼제도의 목적, 취지, 기능 등을 종합하여 당사자인 부부 및 자녀 등의 이익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위하여 정해져야 하는 것이지, 유책배우자에게 외형뿐인 혼인관계가 계속되도록 강제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응보 내지 사적 보복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7)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에도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고 상대방이 이를 거부한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더 이상 이혼을 둘러싼 갈등 해소에 적절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 따라서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크게 변화하는 등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었고 법적·제도적 보완도 상당히 이루어진 만큼, 이제는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그 실체가 소멸함에 따라 제6호 이혼사유에 의하여 이혼을 청구한 경우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로 그 이혼의 허부를 당사자의 의사에만 맡길 수 없고,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어 그 실체가 소멸하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혼인관계가 여전히 보호되고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관하여 객관적 사정에 기초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칫 상충될 수도 있는 혼인과 이혼이라는 양 제도의 목적 및 취지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앞에서 본 것과 같이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함은 물론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민법이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도 헌법이 인정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및 혼인의 제도적 보장 취지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 하더라도, 부부 사이에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실현하고 부부·자녀의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음은 그 파탄 전후에 차이가 없다. 혼인에서 부부공동생활체로서의 동거의무가 기본적인 요소이기는 하나, 배우자에 대한 부양 및 자녀의 양육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이혼으로 인하여 심각한 불이익을 입지 아니하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교육·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그리고 혼인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에 대하여 재판상 이혼을 허용할 경우에도, 혼인관계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할 때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혼인 해소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실질적인 손해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재산분할의 비율·액수를 정할 때에도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부양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여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 후에도 혼인 중에 못지않은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혼청구 배우자의 귀책사유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보호 및 배려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와 같은 이른바 ‘가혹조항’ 등의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다른 나라에서 이른바 ‘가혹조항’으로 고려하는 사정들을 포함한 것으로서, 혼인제도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현재까지 정비된 민법상의 제도들에 터 잡아 이러한 해석과 재판 실무 운영에 의하여 충분히 상대방 배우자 등을 보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에 관한 법률적·제도적인 보완이 선행될 필요는 없다.

바. 결론적으로 부부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의한 이혼청구를 배척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으며,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이러한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되어야 한다.

혼인의 실체가 소멸하고 회복 불가능하여 혼인이 외형에 그칠 뿐인 상태에 이르렀다면,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유책배우자에게 급부나 배려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혼인 해소 후에도 그와 같은 급부나 배려 등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외형뿐인 혼인의 해소 자체를 거부할 것은 아니다.

사.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의하면,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이혼청구를 배척하여서는 아니 되며, 원·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지를 먼저 가리고, 그와 같이 파탄된 경우라면 이 사건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주된 책임이 없는 피고나 자녀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지 아니하여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아니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를 심리하여,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와 피고는 법률상 부부이지만 2000. 1.경 별거하기 시작하여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고, ② 원고는 소외인과의 사이에서 혼인 외의 딸이 출생하자 집을 나가는 등 혼인파탄의 주된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피고도 별거를 시작한 후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고 명절이나 제사 등의 원고 집안 행사에 참여하거나 원고의 친척들과 교류한 사정이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아니하며, ③ 원고는 별거 중에도 원·피고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의 학비를 부담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 피고에게 생활비로 월 100만 원 정도를 지급하였고, ④ 원고는 당뇨와 고혈압의 질환이 있고 합병증으로 인하여 신장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한데, 2011년 말경 피고와 자녀들에게 신장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가 거절당한 채 소외인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등 소외인의 개호와 협력이 없이는 생활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⑤ 원고가 소외인과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태어난 미성년의 딸을 양육하고 있는 등 별거 후에 형성된 원·피고의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고착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혼인생활의 과정과 파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이혼이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아니한다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정들도 상당히 나타나 있다.

그뿐 아니라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세월의 경과 등에 따라 원·피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여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도 사실심법원의 심리를 통해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에서이지만 부모의 양육이 필요한 미성년의 딸이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가정은 단순히 부부만의 공동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자녀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기능도 가지므로, 혼인의 유지 또는 해소를 결정할 때에는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자녀의 복리는 현재 실질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생활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실현될 수 있다. 중혼적 사실혼관계를 법률혼보다 보호할 수는 없음이 원칙이라 할 것이지만, 이미 법률혼의 실체가 소멸하여 외형만 남아 있는 반면 사실혼이 혼인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혼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라도 그러한 실질에 적합한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혼인의 실체가 소멸하고 회복이 불가능함에도 부부 사이의 갈등 내지 감정적인 대립 등으로 그 외형만을 유지시킴으로 인하여 후대인 미성년 자녀의 정상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복리를 해치는 결과를 낳지 아니하도록, 선대의 외형뿐인 법률관계를 실체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고려함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6호 이혼사유 및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주심)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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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무효확인등청구 사건

 


【판시사항】


갑이 아내인 을과 혼인 후 미국 뉴욕 주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네바다 주 클라크카운티 지방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이혼판결을 받았고, 대한민국에서 위 이혼판결에 기하여 이혼신고를 하여 가족관계등록부상 갑과 을 사이에 이혼이 성립되었다고 등재되었는데, 을이 대한민국에서 신고한 이혼의 무효 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 등에 비추어 갑이 대한민국에서 신고한 이혼은 무효이고, 갑은 을과 을이 양육하고 있는 미성년 자녀인 병의 부양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아내인 을과 혼인 후 미국 뉴욕 주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네바다 주 클라크카운티 지방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이혼판결을 받았고, 대한민국에서 위 이혼판결에 기하여 이혼신고를 하여 가족관계등록부상 갑과 을 사이에 이혼이 성립되었다고 등재되었는데, 을이 대한민국에서 신고한 이혼의 무효 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서, 갑은 을과 함께 거주하였던 뉴욕 주가 아니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네바다 주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고 을이 이혼소송의 소장 부본을 송달받았다고 볼 객관적인 정황이 전혀 나타나지 아니하여 적법한 송달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위 이혼판결을 근거로 갑이 대한민국에서 신고한 이혼은 무효이고, 갑은 을의 배우자이자 을이 양육하고 있는 미성년 자녀인 병의 아버지로서 을과 병의 부양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주 문】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2. 7. 12. 천안시 동남구청장에게 신고하여 한 이혼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 및 원고에 대한 부양료로 2015. 7. 30.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별거 상태가 해소되거나 혼인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월 2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2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및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 및 원고에 대한 부양료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별거 상태가 해소되거나 혼인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월 6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와 피고는 1992. 6. 2. 혼인하였고, 그 사이에 자녀로 딸인 소외 1(생년월일 생략)과 아들인 사건본인이 있다.

나. 원·피고는 혼인 이후 미국 뉴욕 주에서 거주하였는데, 피고는 치의대에 재학하였고, 원고는 편의점 운영, 학원도우미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다. 그 후 피고는 치과의사 면허를 획득한 뒤 2005년경 뉴욕에 위치한 치과의원을 인수하여 운영하였다.

라. 피고는 2011. 1.경 집을 나와 그때부터 원고와 별거생활을 시작하였다.

마. 2011. 3.경 원고 명의의 예금 계좌에는 136,091달러 상당의 잔고가 있었는데, 2011. 4.경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그 무렵 원·피고 명의의 계좌와 피고 명의의 계좌에 있던 예금 합계 137,000달러 상당을 원고 계좌로 이체한 뒤 위 금원에서 원·피고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의 융자금 월 6,300달러를 비롯한 생활비의 용도로 사용하였다.

바. 원고는 2011. 5.경 미국 뉴욕 주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사. 피고는 2012년경 원고를 상대로 하여 네바다 주 클라크카운티 지방법원에 원고를 상대로 별도의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2012. 5. 7. 이혼판결을 받았다.

아. 피고는 2012. 5.경 피고가 운영하던 치과병원에 대한 권리를 220,000달러에 처분하였고, 2012. 5. 15., 2012. 5. 21. 2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계좌로 합계 171,195달러를 송금하였으며, 그 무렵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여 59,350달러를 소비하였다.

자. 피고는 2012. 5. 23.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2012. 7. 5.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였고, 2012. 7. 12. 위 이혼판결에 기하여 천안시 동남구청장에게 이혼신고를 하였으며, 이에 따라 주문 제1항 기재와 같이 가족관계등록부상 원·피고 사이에 이혼이 성립되었다는 취지의 등재가 이루어졌다.

차. 원고는 2013. 1.경 이 사건 주택을 363,858달러에 매도하였다.

카. 피고는 2013. 2. 1.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소재 ○○○○○○○ 1층에서 “△ △△△”라는 상호로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는데, 2013년도 기준 위 식당의 매출액은 285,228,002원이고 소득액은 5,453,051원 상당이다.

타. 원고는 위 클라크카운티 지방법원에 위 이혼판결의 무효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13. 5. 21. 위 법원으로부터 원고의 이혼판결무효 주장을 승인한다는 판결(이하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이라 한다)을 받았고,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은 그 후 피고가 다투지 아니하여 확정되었으며, 원고는 2013. 7.경 뉴욕 주 법원에 제기한 이혼소송을 취하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12, 15,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영등포 세무서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이혼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1) 위 인정 사실 및 이에 대하여 앞서 채용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원·피고가 같이 거주하였던 뉴욕 주가 아니라 피고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네바다 주에서 이혼소송을 주1) 제기하였고, 위 이혼소송의 소장부본이 소외 3이라는 사람을 통해 2012. 2. 28. 원고에게 직접 전달된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혼판결이 내려졌으나 원고가 위 소외 3을 통해 소장부본을 송달받았다고 볼 객관적인 정황이 전혀 나타나지 아니하여 원고가 적법한 송달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 역시 그러한 하자를 근거로 내려졌다고 판단되고, 그 후 피고가 판결이 내려진 사실을 안 이후에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에 대하여 다투었다고 볼 아무런 정황이 없어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은 적법하게 확정되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이혼판결을 근거로 한 주문 제1항 기재 이혼은 무효라고 판단되고,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과 관련하여 그 소송 당시 피고가 대한민국에 거주하여 소장이나 기일통지서를 받지 못한 채 내려진 것이므로 원·피고 사이의 이혼이 무효로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 주장의 사유는 이 사건 이혼무효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승인되지 않아 확정판결로서 효력을 곧바로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일 뿐 위 판결을 근거로 하여 원·피고 사이의 이혼의 무효 확인을 구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부양료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존속하고 있는 이상, 부부는 동거하면서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하고,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는바(민법 제826조 제1항, 제833조), 별거 중인 부부로서 원고 단독으로 사건본인을 비롯한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원고의 배우자이자 사건본인의 아버지로서 원고에게 사건본인과 원고의 부양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부양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별거 및 이혼소송의 경과, 사전처분에 정해진 부양료의 지급의무 이행 상황, 원고와 피고의 직업, 소득 및 경제적 능력과 그에 따른 부담의 형평성, 사건본인을 비롯한 자녀의 나이와 양육 상황, 서울가정법원이 공표한 양육비산정기준표에 정해진 기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사건본인과 원고의 부양료는 월 250만 원으로 정하고, 그 지급일은 매월 말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들 및 원고의 부양료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5. 7. 30.부터 원고와 피고의 별거 해소 또는 혼인관계의 종료일까지 월 2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매월 말일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청구 중 이혼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부양료 청구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민수


주1) 피고는 자신이 네바다 주에서 치과를 운영하기 위하여 네바다 주에서 거주한 뒤 위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가 네바다 주에서 거주하였다고 볼 근거로는 이혼소송서류에 기재된 증인 소외 2의 진술만이 있을 뿐 피고가 네바다 주에서 거주하였거나 그곳에서 병원 개업을 준비하였다고 볼 객관적 자료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고, 피고는 이혼판결이 내려진 후 곧바로 병원을 처분한 뒤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는바, 그렇다면 피고는 네바다 주에 거주하지 않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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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갑과 을은 법률상 부부로서 자녀 병을 두고 있었는데, 이혼 소송에 이르기 전에 ‘협의이혼하고, 친권자는 공동으로, 양육자는 을로 하며, 공동 임대차보증금을 반반으로 나눈 후 갑이 을에게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되, 그 외에는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았으나 을이 정기금의 형태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사안에서, 양육비 일시금 지급 약정이 병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과 을은 법률상 부부로서 자녀 병을 두고 있었는데, 이혼 소송에 이르기 전에 ‘협의이혼하고, 친권자는 공동으로, 양육자는 을로 하며, 공동 임대차보증금을 반반으로 나눈 후 갑이 을에게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되, 그 외에는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았으나 을이 정기금의 형태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사안에서, 갑과 을 사이에 선행하여야 하는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갑과 을의 재산 및 소득상황, 병이 처한 사정과 일시금의 액수 등을 고려해 보면 양육비 일시금 지급 약정이 병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한 사례.

 


【주 문】

 

1. 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는 이혼한다.

2.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피고(반소원고)를 지정한다.

4.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사건본인에 대한,

가. 과거 양육비로 3,801,000원 및 이에 대한 이 판결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나. 장래 양육비로 2015. 8. 24.부터 사건본인이 중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월 50만 원씩, 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월 60만 원씩, 고등학교 입학 이후부터 2022. 10. 23.까지 월 70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각 지급하라.

5. 원고는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10시부터 17시까지 사건본인을 면접교섭할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사건본인이 성장함에 따라 면접교섭의 횟수, 시간을 변경(연장)하는 문제에 대하여 성실히 협의하여야 한다.

6. 제4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7.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본소]

주문 제1항 및 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를 지정한다.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원고에게 사건본인의 양육비로 이 사건 소장송달 다음 날부터 2022. 10. 24.까지 월 30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

[반소]

주문 제1, 3항 및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반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는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2,30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판결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는 피고에게 사건본인에 대한, 과거 양육비로 1,90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판결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장래 양육비로 이 사건 판결 선고일부터 2022. 10. 23.까지 월 80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각 지급하라.

 

 

【이 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1. 인정 사실

가. 원고와 피고는 2011. 3. 7.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나. 원고와 피고는 혼인생활 중 불화를 겪다가 자주 싸웠고, 이에 피고가 2013. 5. 8.경 집을 나가 현재까지 별거 중이다. 피고는 2013. 10. 24. 사건본인을 출산하여 홀로 키우고 있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4. 2. 17. ‘원고와 피고가 협의이혼하고, 사건본인에 대한 친권자는 공동으로, 양육자는 피고로 하며, 원고와 피고의 공동 임대차보증금 9,000만 원에서 대출금 2,100만 원을 공제한 6,900만 원을 반반으로 나눈 후 원고가 3,550만 원을 피고에게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되, 그 외에는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았다.

라. 피고는 주거지의 공동 임차인으로서 그 지분에 상응한 4,500만 원(9,000만 원의 1/2)을 임대인으로부터 수령한 후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지급받은 것보다는 정기금의 형태로 지급받는 것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원고는 혼인 전부터 화물차를 가지고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다.

마. 이후 원고와 피고는 협의이혼에 이르지 못하고 이 사건 소송에 이르렀다.

바. 한편 2013. 5. 8. 별거가 시작될 무렵을 기준으로 원고는 해약환급금으로 150,000원, 6,710,675원, 1,892,210원 합계 8,752,885원이, 피고는 해약환급금으로 62,870원, 국민연금납입금 주1) 2,087,485원 합계 2,150,355원이 있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알리안츠생명보험 주식회사, 우리아비바생명 주식회사, 국민연금공단,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제출명령)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 및 반소 이혼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이 사건 본소와 반소를 통하여 원, 피고 모두 이혼을 원하고 있고, 2013. 5. 8. 이래로 별거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본소 이혼 청구 및 피고의 반소 이혼 청구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사유로 각 이유 있다.

 

3. 반소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혼인생활이 얼마 되지 아니하였는데도 가정생활을 원만하게 이루지 못하고, 부부관계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원고와 피고가 협의이혼을 통해 혼인을 해소하고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그 책임의 정도는 상호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혼인 파탄에 대해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반소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4.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재산의 형성 및 관리 상황, 소유 명의 및 이용 상황, 분할의 편의성, 원고와 피고의 합의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산분할은 분할대상 재산을 원고와 피고가 각 50%의 비율로 분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피고의 정당한 재산분할금액을 계산하면, 원고와 피고의 총재산 79,903,240원의 50% 금액인 39,951,620원에서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2,150,355원을 공제하면 37,801,265원을 추가로 받으면 되었다.

그런데 피고가 임대차보증금 중 4,500만 원을 수령하였으므로 결국 피고는 7,198,735원(4,500만 원 - 37,801,265원)을 초과 보유한 셈이 되었다.

따라서 추가로 재산분할할 돈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반소 재산분할 청구도 이유 없다.

 

5.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 면접교섭에 대한 직권판단

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원고도 사건본인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나, 별거기간 동안 피고가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과의 관계도 원만한 점 및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과 파탄경위, 피고의 양육의사와 양육태도, 공동 친권을 합의한 당시와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갈등이 강화된 사정, 사건본인의 나이와 성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사건본인의 원만한 성장과 복지를 위하여 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피고를 지정함이 상당하다.

나. 양육비 청구

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피고가 지정된 이상 원고는 사건본인의 아버지로서 양육비를 분담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원고와 피고의 직업 및 소득 정도, 사건본인의 나이 및 양육상황, 분담의 형평성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사건본인이 출생한 2013. 10. 24.부터 사건본인이 중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월 50만 원씩, 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월 60만 원씩, 고등학교 입학 이후부터 2022. 10. 23.까지 월 70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는 것으로 정함이 상당한데, 다만 과거 양육비 부분은 2013. 10. 24.부터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15. 8. 23.까지의 양육비 1,100만 원(22개월 × 500,000원)에서 피고가 초과 보유한 재산분할금 7,198,735원을 공제한 3,801,000원(천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이 판결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사건본인에 대한 양육비 일시금 지급 약정이 있었고, 이와 별도의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이 부분 청구가 부제소합의에 반하거나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선행하여야 하는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양육비 일시금 지급 약정이 원고와 피고의 재산 및 소득상황, 사건본인이 처한 사정과 일시금의 액수 등을 고려해 보면 사건본인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므로 위 약정은 효력이 없다.

다. 면접교섭(직권판단)

한편 비양육친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사건본인과 면접교섭할 권리가 있고, 위 인정 사실 및 사건본인의 나이, 성별, 생활 환경 및 양육 상황, 원고와 사건본인의 접촉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주문 제5항과 같이 면접교섭의 횟수와 시간을 정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원만한 성장과 인격 형성을 위하여 타당하고 판단된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의 본소 및 반소 각 이혼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의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 면접교섭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홍기


주1) 2011. 6. 21.~2014. 10. 6. 납입금 3,653,100원에서 동거기간(2011. 3. 7.~2013. 5. 8.) 납입분을 계산하면 3,653,100 × 688/1,204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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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법률상 부부인 갑과 을이 약 25년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일체의 교류를 단절하고 있고, 갑은 다른 여성과 25년간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혼외자를 출산하였는데, 갑이 을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법률상 부부인 갑과 을이 약 25년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일체의 교류를 단절하고 있고, 갑은 다른 여성과 25년간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혼외자를 출산하였는데, 갑이 을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안에서, 갑과 을이 갑의 귀책사유로 본격적으로 별거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25년 이상 장기간의 별거생활이 지속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갑과 을이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른 점, 갑과 을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갑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갑과 을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은 법적·사회적 의의가 현저히 감쇄(감살)되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갑과 을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한 사례.

 

 

주 문

1. 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인정 사실

 

. 첫 번째 혼인신고 이후 협의이혼 무렵까지 원·피고의 혼인생활

 

1) 원고는 의사, 피고는 부모가 의사인 집안의 딸로서 1970. 12. 18.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 사이에 장남 소외 1(1970년생), 차남 소외 2(1972년생), 삼남 소외 3(1974년생)을 두었다.

 

2) 원고와 피고는 장남 소외 1이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원고가 TV를 던지는 모습을 기억할 정도로 큰 다툼을 하다가 1980. 6. 24. 협의이혼 신고를 하였다.

 

3) 협의이혼 당시 원·피고는, 원고가 자녀들을 양육하되 자녀들의 나이가 어려 피고가 당시 함께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주소 1 생략)○○아파트 51003호에 약 2년간 그대로 머물면서 자녀들을 양육하기로 하고, 합의한 기간이 경과하면 피고가 집을 나가기로 하였다.

 

4) 원고는 1982. 4.경 위 3)항 기재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서초구 (주소 2 생략)△△아파트 22602(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매수하여 자녀들과 함께 위 아파트로 이주하였고, 그 무렵 피고는 집을 나와 지내면서 미국에서 기거하기도 하였다.

 

5) 위와 같은 협의이혼 사유에 관해, 원고는 피고가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하던 이모 과장이라는 남성과 부정행위를 하여 그 남성의 처로부터 1억 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당하는 등 피고의 잘못으로 협의이혼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원고가 가정을 소홀히 하고 지나친 음주와 외박을 하며 생활비조차 주지 아니하는 등 원고의 잘못으로 협의이혼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등 이혼 사유에 관해 현재까지도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 두 번째 혼인신고 전후 원·피고의 혼인생활

 

1) 피고는 미국에서 지내다 1982. 11.경 귀국하면서 위 △△아파트를 찾아왔고, 원고의 승낙으로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1983. 3. 23.경 위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하였다.

 

2)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83. 3. 19. 두 번째 혼인신고가 마쳐졌고, 피고와 자녀들은 이 사건 △△아파트에서 거주하였으나, 원고는 자녀들을 보기 위해 가끔씩 집에 들렀을 뿐 피고와의 불화를 이유로 거의 귀가하지 아니하였다.

 

3) 원고는 피고와의 협의이혼 후 소외 4와 약 2년간 동거하였고, 위와 같은 두 번째 혼인신고 이후인 1984. 10.경부터는 소외 5와 부평에서 약 2년간 동거하기도 하였다.

 

. 원고와 소외 6의 동거 및 혼외자 출산

 

1) 원고는 위 나.3)항에 기재된 소외 5와의 동거생활을 청산한 이후인 1987. 4.경 피고의 친정에서 운영하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소재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위 □□병원의 원장을 맡아 운영하다가 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소외 6을 알게 되었다.

 

2) 원고는 1990. 11.경 소외 6과 함께 강릉으로 이주하여 동거하기 시작하였고, 소외 6과의 사이에 1994. 3. 5. 아들 소외 7을 낳았다.

 

.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관계

 

1) 원고는 1993년경 서울가정법원 9374772호로 피고를 상대로 혼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와의 협의이혼 이후 1983. 3. 19. 원고의 인장을 도용하여 일방적으로 원고와의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가사 원고의 위 주장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가 무효인 위 혼인을 추인하였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1994. 12. 16. 원고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2) 원고는 이에 서울가정법원 9517호로 항소하여 예비적 이혼 청구를 추가하였으나 1995. 6. 14. 원고의 항소 및 위 예비적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고, 상고심인 대법원 95731호 사건에서도 1995. 11. 21. 상고가 기각되어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 별거기간 및 현재까지의 상황

 

1) 원고는 위 다.2)항 기재와 같이 1990. 11.경부터 강릉에서 소외 6과 동거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강릉에서 소외 6과 동거생활을 지속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 명의의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약 25년간 서로 별거하고 있다.

 

2) 원고와 피고는 위와 같은 별거기간 중 1997년경 장남 소외 1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서로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아니한 채 하등의 교류 없이 지내고 있다.

 

3) 원고는, 장남 소외 1에게 1990년경부터 1994년경까지 학비 및 용돈을 넉넉히 지급하였고, 1995. 3.경부터 2014. 6.경까지는 전세자금 3억 원을 포함하여 학비 및 생활비로 약 36,100만여 원을 지원하였으며, 현재까지 장손의 교육비로 월 100만 원을 송금하고 있고, 차남 소외 2에게는 1995. 3.경부터 2009. 3.경까지 전세자금 19,000만 원을 포함하여 학비 및 생활비로 약 23,500만여 원을 지원하였으며, 의사인 삼남 소외 3에게는 1997. 4.경부터 2009. 12.경까지 학비 및 생활비로 약 13,600만여 원을 지원하였다.

 

4) 피고는 원고와의 별거기간 중 유치원,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등을 운영하면서 자녀들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부담하였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여 자녀들에게 토지, 상가, 아파트 등을 각 증여하여 주기도 하였다.

 

5) 원고와 소외 62006년 말경 차남 소외 2의 상견례에 함께 참석하기도 하였으나, 원고는 차남과 삼남의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자녀들은 원·피고의 별거기간 중에도 종종 원고를 찾아갔고, 장남과 삼남은 원고와 소외 6 및 이복동생 소외 7을 만나거나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는 등 원고와 교류하였다(다만 차남 소외 22010년도 이후 원고와 교류하지 않고 있다).

 

6) ·피고의 자녀들은 제1심법원에 원고의 입장 또는 피고의 입장을 찬성한다는 뜻의 인증서 또는 진술서를 제출하였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는 등 장기간 이어진 원·피고의 다툼으로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14, 24호증, 을 제1 내지 4, 12 내지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당심 증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혼 청구에 대한 판단

 

. 혼인의 파탄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원고와 피고는 1990. 11.경 이후 현재까지 약 25년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일체의 교류를 단절하고 있는 점, 원고는 다른 여성과 25년간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서 혼외자를 출산하였고, 앞서 본 혼인무효확인소송에 이어 이 사건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고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전혀 없는 점, 피고 또한 약 25년의 별거기간 동안 원고에게 별다른 연락을 한 바 없고, 원고와의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대화, 편지, 방문, 기타 진지한 노력을 시도하였다는 사정을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점, ·피고의 자녀들도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고의 부부로서의 혼인생활은 그 실체가 완전히 형해화되어 이미 파탄에 이르렀음이 인정된다.

 

. 파탄의 원인

 

나아가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원인에 대하여 살피건대, 그 주된 원인은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원·피고가 1983. 3. 19. 두 번째 혼인신고를 마친 이후에도 다른 여성과 부정행위를 하고, 1990. 11.경부터 소외 6과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혼외자까지 출산한 원고에게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이 혼인관계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 기해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1990. 4. 27. 선고 9095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990 판결 등 참조).

 

.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1) 그러나 대법원판례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5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피고가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본격적으로 별거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25년 이상의 장기간의 별거생활이 지속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원고와 피고가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른 점, 위와 같이 원·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원고와 피고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은 그 법적·사회적 의의가 현저히 감쇄(감살)되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별거기간 및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에게 진정으로 원고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 들고, 피고의 이혼 불원 의사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며, 피고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고령의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출생한 자녀들도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형해화되었음을 인정하고 있고, 차남의 상견례에 원고와 소외 6이 부부로 참석하거나, 장남과 삼남이 원고, 소외 6 및 이복동생 소외 7과 교류하는 등 원고와 소외 6이 부부로서 생활하고 있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별거기간 중에도 자녀들에게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하였고, 피고는 현재 일정한 소득이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여 자녀들에게 적지 않은 재산을 증여하였으며, ·피고 사이의 자녀들도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각자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등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민유숙(재판장) 정용신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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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등, 혼인취소 사유에 관한 사건

 

 

판시사항

 

[1] 임신가능 여부가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인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의 해석 방법

 

[2] 갑이 배우자인 을을 상대로 을의 성기능 장애 등을 이유로 민법 제816조 제2호에 따른 혼인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을의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민법 제816조 제2호에서 정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관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와는 다른 문언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인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2] 갑이 배우자인 을을 상대로 을의 성기능 장애 등을 이유로 민법 제816조 제2호에 따른 혼인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의 부부생활에 을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많고, 설령 을에게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민법 제816조 제2호에서 정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주 문

 

원심판결 중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본소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본소청구에 관한 원고(반소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가 혼인 전부터 성기능 장애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원고와 혼인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민법 제816조 제3호에 기한 원고의 혼인취소 본소청구를 기각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 원심은, 피고는 원고와 중매로 만나 2011. 1. 3. 혼인한 신혼생활 중이었음에도 원고와의 성관계를 극히 꺼려왔고, 한 달에 2~3회 정도로 드물게 이루어지는 성생활에서도 성기의 결합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실, 원고는 혼인 직후부터 아이를 가지기를 원하였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자 피고가 2011. 9. 24. 불임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피고가 무정자증에다 성염색체에 선천적 이상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기능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에게 위 성기능 장애와 함께 선천적인 성염색체 이상과 무정자증이 있는 점, 전문직 종사자 중매의 경우 2세에 대한 기대를 중요한 선택 요소로 고려하는 점, 피고의 위 상태가 향후 개선될 수 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한 점 등 그 판시와 이유로 피고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민법 제816조 제2호에 기한 원고의 혼인취소 본소청구를 인용하였다.

 

.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60. 8. 18. 선고 4292민상995 판결, 대법원 1995. 12. 8. 선고 941676, 1683 판결 참조). 그리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관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와는 다른 문언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인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임신이 되지 아니하자 2011. 6. 말경 친정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임신상담과 기본적인 검사를 받고 배란예정일을 고지받았고, 2011. 9. 중순경에도 2회에 걸쳐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배란예정일을 고지받고 임신에 관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조언을 들은 사실, 피고는 2011. 9. 24. 불임검사 이후 자신의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을 알게 된 사실, 피고는 특별한 의료적 시술 없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여러 번 정액검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발기능력과 사정능력이 문제 되지는 아니한 사실, 그 사이 원고는 피고와의 성관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함을 이유로 피고와 함께 병원진료를 받거나 친정 부모 등에게 알려 고민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의 부부생활에 피고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리고 설령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 대한 상대적인 관계에서 성기능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피고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대학교병원장의 피고에 대한 원심 신체감정 중 2회에 걸쳐 생리적 반응을 검사한 야간수면발기검사에서 정상범위의 결과가 나타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약물치료, 전문가의 도움 등으로 개선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에게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민법 제816조 제2호에서 정한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민법 제816조 제2호의 혼인취소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본소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본소청구에 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민일영 박보영(주심)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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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받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초기에 대응을 잘 하셔야 합니다.

 

 

광주고등법원 2015.1.7. 선고 (제주)201499,(제주)2014전노19(병합)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8년에 처한다.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10년간 공개하고, 고지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에 대하여 별지 기재 준수사항을 부과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6. 5.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의 점은 면소.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 피고인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고 한다)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 2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고○○, ○○을 간음한 사실이 없고,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항 내지 제5항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 고△△, ○○의 합의 아래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에 대하여는 정신적 장애인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리고 피해자 고△△은 지적장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그녀에게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것이 아니다(피고인은 항소이유로서 피해자 고△△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원심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공판기일에서 줄곧 피해자 고△△이 지적장애인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항소이유의 주장에 이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6. 5.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 부분은 공소시효기간인 7년을 이미 경과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는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여자에 대한 성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20조 제3항은 형벌불소급의 원칙 및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음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징역 18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검사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공소시효에 관한 법리오해는 별도의 항목으로 살펴본다)

 

1) 피해자 고○○, ○○에 대한 간음행위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그로부터 추단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피해자들의 정신적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이 사건 아파트의 청년회장 공소외 12013. 7.경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피고인이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데 너는 청년회장이라면서 뭐하고 있느냐? 무슨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아내를 통하여 피해자 고△△, ○○이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피해자 고△△이 자살을 시도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에 공소외 1은 이 사건 아파트 16통장 공소외 2와 함께 피고인이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 직후 공소외 1 등은 피해자 고○○, ○○, △△과 함께 2013. 7. 26. 제주여성·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이하 '원스톱지원센터'라고 한다)에 방문하여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위 피해자들이 그 무렵 피해내용을 진술하였다.

 

) 피해자 고○○, ○○의 지능지수는 각각 63, 64이고, 사회지수는 그보다 낮은 4442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 연령은 7.08세 및 7.6세에 불과하여 반복적인 연습을 통하여 습득할 수 있는 정도의 일상생활만 영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적장애인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성폭력범죄의 피해를 당하더라도 피해사실이 드러나는 데 시간이 걸리며 피해자 자신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에 의하여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 고○○은 지적장애 3, 피해자 임○○은 지적장애 1급에 해당하는 정신적 장애인들로서 위와 같은 지적장애인의 특성이 반영되어 성폭력범죄 발생 후 신고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위 피해자들에 대한 최초의 진술녹취는 2013. 8. 1. 이루어졌는데, 당시의 진술녹취록의 각 기재에 따르면, 피해자 고○○, ○○은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산만하고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의 핵심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간음행위가 있었음을 일관되게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고, 피해사실과 관련한 특징들(피고인이 범행 당시 했던 말, 피해장소의 냄새, 방 안의 구조 등)을 단편적이나마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경찰 진술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아동·장애인 성폭력 사건 전문가 김○○도 피해자들에 대한 진술녹화 당시 보호자나 조사자의 암시적이거나 직접적인 질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그 진술이 외부의 영향으로 인하여 왜곡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던 점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들이 진술하는 피해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 경찰은 위 피해자들 및 참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2013. 8. 22.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을 실시하고 그 조사결과에 따른 위 피해자들에 대한 범행일시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다음 2013. 8. 24. 위 피해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일시에 관한 진술녹화를 다시 실시하였다.

 

1차 진술녹화와는 달리 제2차 진술녹화에서 조사자는 위 피해자들을 상대로 피해사실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질문하였으나, 1차 진술녹화에서 위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이상 제2차 진술녹화에서 조사자의 질문방식 때문에 제2차 진술녹화에서의 위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 위 피해자들은 이 사건이 불거진 뒤 대인기피증 등 정서적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어 어떠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이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

 

) 피고인은 2013. 2.경 이 사건 아파트의 청년회장 공소외 1이 관리하던 체력단련장을 피고인이 맡게 되면서 다툼이 생겼고, 앙심을 품은 공소외 1이 장애인들과 결탁하여 마치 피고인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꾸몄다고 주장한다.

 

공소외 1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경위로 피고인의 성폭력범죄를 경찰에 신고한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인 주장과 같은 고발 동기나 허위로 고발하였다는 근거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피해자 고△△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그로부터 추단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위 피해자를 위력으로써 간음하고 추행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이 사건 아파트는 다수의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임대주택법령 소정의 영구임대주택이라는 사실이 제주시에 널리 알려져 있다.

 

) 피해자 고△△은 평소 행동이 유치하고 어눌하여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건 발생 직후 원스톱지원센터에서 피해자 고△△을 상대로 실시한 심리평가 결과 지능지수 61의 지적장애 3급 수준으로서 성행위의 의미는 알고 있지만 누구와 어떠한 맥락에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판단능력은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피해자 고△△의 어머니인 임○○을 포함한 가족들도 모두 지적장애인 또는 언어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어 주민들 사이에 피해자 고△△도 지적장애인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장애등급을 받지는 아니하였다. 그 이유는 피해자 고△△의 가족은 모두 장애인으로서 위 피해자가 가족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자신마저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장애인복지시설에 입소하여야 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그 등록을 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피고인은 1997. 3.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반장, 통장 및 청년회장 등을 거쳐 임차인 대표까지 역임한데다 피해자 고△△과 이웃으로서 잘 알고 지냈다.

 

피고인도 검찰 조사 당시 피해자 고△△의 딸을 제외한 피해자 고△△의 모든 가족이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 고△△에게도 정신적 장애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3) 피해자 고△△에 대한 위력의 행사 유무

 

)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 고△△에게 "빌린 200만 원을 한꺼번에 갚든지, 애인이 되어 천천히 갚든지 선택해라."라고 말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는 피고인에 대한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위 피해자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를 제외하고는 고△△의 진술녹화 속기록과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가 있을 뿐이다.

 

이들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제주지방법원 2013고합171호 증거기록 581). 그런데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말하고 간음행위에 수반하여 옷을 강제로 벗기는 것 이외의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그로부터 추단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 고△△을 간음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피고인의 월 수입은 약 100만 원에 머물고 있고 신용불량 상태임에도 피고인은 2011년경부터 피해자 고△△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합계 수 백 만 원의 돈을 대여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빌미로 성관계를 요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인이 변제를 독촉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 고△△2012. 6.경 자살을 시도하였다.

 

) 피해자 고△△1982. 10. 12.생으로 이 사건 당시 30세 남짓의 여자인데 비해, 피고인은 1960. 5. 3.생의 남자로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배우자와 자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처럼 피해자가 22살이나 차이가 나고 유부남인 피고인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여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되지 아니한다.

 

) 피고인은 2012. 7.경 공소외 3에게 피해자 고△△과 잠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하였고 원심 판시 제3항 기재 범행 당일 공소외 3는 피해자 고△△을 만나 "몸 아껴서 뭐 할거냐, 몸 한 번 주고 돈을 빌려 쓰면 될 것이다."라고 말하여 피해자 고△△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였다.

 

이처럼 피해자 고△△은 차용금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같은 날 피고인 및 공소외 3와 식사를 하다가 공소외 3가 자리를 피하자 피고인에 이끌려 부근의 모텔에 들어갔는데, 피해자는 공소외 3 및 피고인과 함께 식사할 때만 하여도 피고인과 단둘이 남게 되어 모텔까지 갈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고 하자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하면서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지적장애 3급에 준하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힘이나 연령 등에서 피고인과 현저한 차이가 나며, 차용금 문제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과 단둘이 모텔 방에 있게 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에게 압도당하여 정상적인 반항을 하기 어려웠으리라고 보인다.

 

) 피해자 고△△은 피고인으로부터 성폭력범죄를 당하자 지인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하여 그 소문이 퍼져 나갔고, 2012. 9. 26.경 다시 자살을 시도하였다.

 

4) 피해자 전○○의 정신적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였는지 여부

 

비록 피해자 전○○이 이 사건 범행 이후 간음의 경위에 관하여 상세히 진술하는 등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그로부터 추단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그 사회적 지능 내지 성숙도가 상당한 정도로 지체되어 대인관계 내지 의사소통에 중대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이러한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의 성적 요구에 대한 거부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못하거나 피고인의 손을 뿌리치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저항행위를 할 수 없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피해자 전○○1981. 10. 29.생의 여자로서 지능지수가 51이고 사회지수는 이보다 낮은 31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연령은 10.1세에 불과하여(세부 영역별 사회연령은 이동능력이 11, 작업능력이 8, 의사소통능력이 9세에 해당함) 단순한 놀이와 간단한 집안일 정도만 수행 가능하고 가까운 이웃 동네 정도를 혼자서 다닐 수 있는 지적장애 3급의 사람인데, 2005년 및 2006년 무렵에도 비슷한 수준의 정신적 장애를 가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자신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피고인에게 배우자 및 자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평소 조금만 큰소리를 들어도 겁을 먹는다.

 

)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다는 등의 명목 등으로 피해자의 신뢰를 쌓고 수시로 불러내 만남을 유지하다가 2006. 12.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과수원으로 데려가자마자 강제로 바닥에 눕혀 간음행위를 시작하였고, 원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피고인의 손을 뿌리치는 피해자의 손을 잡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뒤 간음하였다.

 

) 피해자는 경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 번 이용해 보자. 노예로 삼아보자고 생각한 것 같다. 피고인이 성추행하려고 다른 길로 데려가서 옷을 벗으라고 하였고 옷을 벗지 않으면 때렸다. 그냥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벗기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당하여 임신이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공소시효 만료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6. 5. 일자불상 저녁 무렵 피해자를 이 사건 아파트 부근 과수원으로 데리고 간 후 갑자기 피해자를 바닥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그 과정에서 옷을 벗지 않으려는 피해자의 뺨을 손으로 때리는 등으로 피해자에게 겁을 주고 계속하여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함으로써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원심의 판단

 

) 위 범행의 공소시효 만료일

 

위 범행의 공소시효는 그 실행행위 종료일인 2006. 5. 일자불상경부터 7년이다{형사소송법 부칙(2007. 12. 21.) 3,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49조 제1항 제3}.

 

) 관련 법률의 개정 내용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것) 20조 제3항은 "13세 미만의 여자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여자에 대하여 형법 제297(강간) 또는 제299(준강간, 준강제추행)(준강간에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 및 군사법원법 제291조부터 제295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이하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이라고 한다)하면서도 그 부칙에 위 법 시행 전에 행하여진 성폭력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도 적용한다는 취지의 경과규정은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것)은 제20(공소시효 기산에 관한 특례) 1항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해당 성폭력범죄로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 2항에서 "2조 제3호 및 제4호의 죄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죄는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는 취지로 공소시효 연장규정을 둠과 아울러 같은 법 부칙(2010. 4. 15.) 3조에서 이 법 시행 전 행하여진 성폭력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도 제20조를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60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것) 7조의3도 위와 같은 취지의 공소시효 연장규정을 두고 있고, 같은 법 부칙 제6조도 같은 취지의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그 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3. 6. 19.부터 시행된 것) 21조는 공소시효 적용배제규정의 대상범죄를 확대하면서 같은 법 부칙(2012. 12. 18.) 3조에서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이하 이 사건 경과규정이라고 한다)을 두고 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72호로 전부 개정된 것) 20조도 같은 취지로 공소시효 배제규정을 두면서 같은 법 부칙 제3조에서 동일 취지의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 경과규정이 없는 경우의 해석

 

이 부분 공소사실에 따른 범행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2013. 5. 31. 이전에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이 시행되었는데, 다른 공소시효 연장규정과는 달리 명시적인 경과규정이 없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공소시효 배제규정 등 부진정 소급효는 일정한 요건 아래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을 제외하고는 그 전후에 이루어진 법률 개정은 그 제·개정 추이, 내용 및 입법취지가 같거나 유사하면서 공소시효 배제·연장규정에 관하여 모두 동일하게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으며, 13세 미만 또는 장애인 여성 등 특정한 성폭력범죄에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인 경우 진행 중인 공소시효를 배제 또는 연장하는 부진정 소급효에 관한 규정은, 공소시효 제도에 근거한 범죄자 개인의 신뢰보다 취약여성들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필요성 등 공익적 특수성에 비추어 정당화되고,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도 달리 볼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앞서 본 관련 법령에서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대상인 기본범죄, 즉 강간죄, 준강간죄를 포함하여 이에서 더 확대하면서도 부진정소급효를 인정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럼에도 기본범죄에 관한 이 사건 경과규정에 부진정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대상범죄인 기본범죄의 공소시효 배제 적용 범위는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 시행일인 2011. 11. 17. 이후부터 저질러진 범행에만 한정되어 그 이전의 이 사건 경과규정의 적용범위가 사문화되는데, 이는 속칭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입법경위, 당시 입법에 관한 사회적 합의·파장 등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에서도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부진정 소급효는 인정된다(위와 같은 부진정 소급효에 관한 경과규정은 입법상 단순 착오·누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이 법원의 판단

 

원심 법원의 판단 중 위 은 요약하자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한 논증이다.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경우 진행 중인 공소시효를 배제·연장하는 법률은 이른바 부진정 소급효를 가지는데 이와 같은 부진정 소급입법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의 적용 여부가 문제된다기보다는, 부진정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더 나아가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에 관한 명시적인 경과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원심 판결 이유 중 위 에 관한 사항은 이 사건 범죄행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논증이라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논증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한 논리일 뿐, 시적 적용범위에 관한 명시적인 경과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 그 자체만으로 소급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법리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심 판결 이유 중 에 관한 사항, 즉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은 있으나 그 경과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입법취지와 내용, 관련 법률의 제·개정 추이에 비추어 법 시행 이전에 저질러진 범행 중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도 적용할 수 있다는 논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의 결론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원심이 들고 있는 위 , 의 이유는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경과규정이 부존재하는 경우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경과규정이 있는 것으로 유추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원은 이 점에 관한 원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수긍할 수 없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항목을 바꾸어 보기로 한다.

 

4)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의 가능 여부

 

) ‘무엇이 법인가를 선언하는 것은 법원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다. 법원이 법을 올바로 선언하기 위해서는 법원은 올바른 법을 발견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원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법의 발견이라는 법원에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법원이 법을 발견하려는 직무를 저버린 채 법이 흠결되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정의로운 법의 선언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부정의이다. 원심은 이를 전제로 위와 같은 유추해석을 전개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법원의 책무에 비추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다만, 형사법은 예외이어야 한다.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경우 가능하면 형식적인 법의 적용이 요구된다. 불명확한 법조항에 빗대어 형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남용 가능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매우 심각한 부정의이다. 개별 사안에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그 때문에 국가권력의 남용 가능성의 길을 열어준다면 그로 인한 일반적인 폐해를 감당할 수 없다. 새로 명확한 법률을 제정하여 규율할 일이다.

 

원심은 입법취지와 이 사건 경과규정이 사문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유추해석이 정당하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입법자의 의사나 체계적인 법해석의 요구가 헌법상 원리, 즉 이 사건에서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헌법적 가치들과 충돌하는 경우 헌법적 원리나 가치를 우위에 두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 이와 같은 헌법상 원리에 입각하여 형법도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고(1조 제1),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조 제2).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배제하거나 그 기간을 연장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시효는 절차법적 제도로서 실체법에서 정해진 형벌권의 존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공소시효에 따라 형벌의 유무가 달라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공소시효가 배제·연장됨에 따라 실질적인 불이익을 입는 점과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형사법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고려하면, 형법 제1조를 유추적용하여 개정 전후를 비교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공소시효기간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이와 같이 보는 것이 형사법 학자들의 다수설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입장에 따라 대상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게 부수처분 규정이 개정되면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에도 행위시법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학설이 있다{부착명령청구 요건 및 부착기간 하한 가중 요건을 완화, 확대하면서 19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특정범죄를 저지른 경우 부착기간 하한을 2배 가중하도록 한 규정에 대하여 명확한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6181, 2013전도122(병합) 판결 참조}.

 

5)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경과규정이 없는 경우의 해석

 

)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시적 적용범위에 관한 형사절차법상 원칙

 

입법정책의 문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법규의 유추해석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절차법적으로도 이 사건 경과규정의 소급적용은 인정될 수 없다.

 

형사법에 있어서 신법 시행을 기점으로 그 전후에 계속되는 법적 상태(예컨대 공소시효의 진행 등)가 있는 경우 경과규정이 없을 때 그 법적 상태에 관하여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인가, 구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인가?

 

전자가 원칙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공소시효 배제·연장규정을 신설하면서 신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둔 경우 그 경과규정은 단순한 주의적 규정에 불과하고, 후자가 원칙이라면 그 경과규정은 신·구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할지를 규율하는 핵심적인 규정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시적 적용범위에 관해서는 세계적으로 보편타당한 공통되는 법의 일반원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각국의 현실 및 사정에 따라 그 적용범위를 달리 규율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입법례에 관한 상세는 아래 나)항 참조}.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형사절차법상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시적 적용범위의 원칙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서는 형사절차법의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의 규정과 특별법의 규정들을 살펴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의 규정

 

종전의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공소시효 15, 10, 7, 5, 3, 2년을 각각 25, 15, 10, 7, 5, 3년으로 연장)한다는 취지의 형사소송법이 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면서 같은 날부터 시행되었는데, 위 법률 부칙 제3조는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위와 같은 공소시효의 연장은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공소시효에 관하여 위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불소급에 관한 경과규정도 처음으로 규정되었던 점,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연장규정과 그 경과규정은,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의 특례를 규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공소시효 배제·연장규정과 경과규정을 신설하기 전에 도입된 점, 따라서 형사절차법의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의 공소시효 특례를 규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형사절차법의 특별법으로서 특별법에 공소시효 배제·연장규정에 관한 경과규정이 없는 경우 일반법에 규정된 공소시효 연장규정에 관한 경과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 형사소송법의 위 부칙 규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것처럼 공소시효에 관한 규정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이를 소급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의 신설 당시에는 그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였다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2. 12. 18.) 3조에서 비로소 이 사건 경과규정을 둔 것은, 입법자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공소시효의 시적 적용 범위에 관한 원칙을 의식하고 그 예외를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사소송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사이의 체계에 부합하는 점,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2. 2. 1. 법률 제11287호로 개정되어, 2012. 12. 18. 법률 제115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7조의3 3항도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과 같은 취지로 규정하면서도 그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하다가 위 전부 개정된 법률에서 비로소 그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었는데,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은 2011. 11. 17. 신설되었고 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공소시효 배제규정은 2012. 2. 1. 신설되어 각기 개정 시점을 달리하면서도 동일하게 그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을 단순히 입법자의 착오나 과실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은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이 부분 범죄행위에 그 적용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밖의 특별법에서의 공소시효 연장규정에 관한 경과규정

 

조세범 처벌법이 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제22조가 법인의 대표자 등이 위 법 소정의 범칙행위를 한 경우의 공소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면서, 위 범칙행위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 그 법인에 대한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하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법 부칙(2010. 1. 1.) 3조는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의 공소시효에 관하여는 제22조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한다(조세범 처벌법은 1994. 12. 22. 법률 제4812호로 개정되면서 제17조를 전문개정하여 공소시효를 연장하였는데, 그 부칙 제2조에도 그 시행 전에 진행이 개시된 공소시효기간에 관하여는 시행 후에도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공직선거법은 2014. 2. 13. 법률 제12393호로 개정되어 제268조 제3항을 신설하면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는 같은 조 제1, 2항에서 정해진 6개월이 아니라 해당 선거일 후 10년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법 부칙(2014. 2. 13.) 11조는 그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의 적용은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규정한다(공직선거법은 위 개정 이전에도 제268조 소정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취지로 개정되었는데 그 때에도 부칙에서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관련 법률의 규정을 종합하면,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취지로 개정된 개별 법률들은, 성폭력범죄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법 시행 이전에 범한 죄의 공소시효는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공소시효가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흐름과는 반대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신설·개정된 공소시효 배제·연장 규정이 그 시행 이전에 저질러진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명시적인 경과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시효 배제규정에 대한 경과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와 같은 원칙을 좇아 피고인에게 불리하지 아니한 종전의 규정을 따르는 것이 옳다는 것을 미루어 파악할 수 있다.

 

) 입법례

 

프랑스

 

프랑스에서 중죄에 관한 공소시효는 10년인데,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살인, 성범죄 등 중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중단된다는 규정이 미성년자의 비행 예방 및 아동보호에 관한 법률’(1989. 7. 10. 법률 제89-487: LOI n° 89-487 du 10 juillet 1989 relative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la pr본문내 삽입된 이미지vention des mauvais traitements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l'본문내 삽입된 이미지gard des mineurs et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la protection de l'enfance) 16조로 신설되었고 이후 공소시효기간도 20년으로 연장되었으나, 이와 같은 공소시효 연장에 관한 경과규정은 없었다.

 

다만, 프랑스 형법 제112-2조 제4항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공소시효에 관한 신법 규정은 신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소시효 연장규정에 관한 경과규정이 없어도 신법 규정을 적용하는 원칙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

 

일본은 형사소송시행법 제6조에 따라 공소시효기간은 구법을 따르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 개정 형사소송법(이하 신법이라 한다)을 시행할 때까지 공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사건에 관하여는 신법을 적용하되, 신법이 시행되기 전에 개정 전 형사소송법(이하 구법이라 한다) 및 응급조치법에 의하여 생긴 효력을 막지 아니한다(일본 형사소송시행법 제3)고 규정하는 한편, 4조의 사건에 관하여 신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진행을 시작한 법정기간 및 소송행위를 해야 하는 사람의 주거 또는 사무소의 소재지와 법원 소재지의 거리에 따른 법정기간에 부가하여야 하는 기간에 관하여는, 신법이 시행된 후에도 구법 및 응급조치법에 따른다(같은 법 제6)고 규정하고 있다.

 

6) 소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0. 4. 15., 법률 제10258) 5조 제10항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제명 변경되기 전의 것} 6조 제1, 구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97, 형사소송법 부칙(2007. 12. 21.) 3,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공소시효가 7년인데, 이에 대한 공소는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2006. 5.부터 7년이 경과한 이후인 2014. 2. 12.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에 관하여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6. 12. 범행은 이 사건 경과규정이 시행된 2013. 6. 19.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여 위 경과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3. 결 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2006. 5.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장애인에대한준강간등) 부분 등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다. 그런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위 부분과 나머지 범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므로 1개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는 관계인 이상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은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는 경우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 역시 파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피고사건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이라고 한다) 35조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부착명령 원인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이 부분에 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이외에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각 해당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 전자장치부착법 제35조에 따라 그대로 인용한다.

 

원심 판결서 제3쪽 아래로부터 제3~4행의 빌린 200만 원을 말하고,” 부분을 삭제함

 

원심 판결서 제4쪽 마지막 행의 “2006. 5.”“2006. 12.”, 같은 행의 당시 24당시 25, 5쪽 제6행의 “4“3로 각각 바꾸어 적음

 

원심 판결서 제6쪽 제3행에 증거로 내사보고(범행일시 특정)”을 추가하고, 같은 쪽 제4행 이하의 판시 재범의 위험성란의 항과 항 사이에 피고인에 대한 청구전 조사에 의하면, 한국형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K-SORAS) 결과 총점 9점으로 재범위험성이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한국형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K) 결과 총점 5점으로 음주 관련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강간통념척도 실시 결과 평균 2.3점으로 피고인이 성폭행에 대한 왜곡된 신념을 보이지 아니하지만, 피고인은 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보는 것처럼 출소 후 피해자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실제 출소할 경우 성폭력범죄 등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 점을 삽입함

 

원심 판결서 제17쪽의 범죄일람표를 이 판결 별지 범죄일람표로 교체함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판시 제1(장애인 준강간의 점):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 구 형법(2012. 12. 18. 법률 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97,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2조 본문

 

판시 제2의 가, 나항(장애인 준강간의 점): 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2. 12. 18.) 8,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6조 제4, 1, 구 형법(2012. 12. 18. 법률 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99, 297(유기징역형 선택)

 

판시 제3(장애인 위력 간음의 점): 각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6조 제5

 

판시 제4(장애인 위력 추행의 점): 각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6조 제6(징역형 선택)

 

판시 제5(장애인 준강간의 점): 각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 제5조 제10항에 의하여 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제명 개정되기 전의 것) 8, 구 형법(2012. 12. 18. 법률 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97,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2조 본문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38조 제1항 제2, 50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판시 제1, 5: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0. 4. 15.)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7,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 17. 법률 제111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1

 

판시 제2 내지 4: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2. 1. 17.),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7, 41

 

1.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및 준수사항 부과

 

전자장치부착법 제5조 제1항 제5, 9조 제1항 제1, 9조의2 1항 제3, 4

 

 

양형의 이유

 

이 사건은 지적장애인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여러 명의 가해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장애인들을 성폭행한 이른바 제주판 도가니사건들 중 가장 피해가 큰 범행에 관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지역 사회 및 제주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에게 준 충격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2000년경 ○○192반장에 임명되고 그 후 19통장, 청년회장 등을 거쳐 2013. 2.경 이 사건 아파트의 임차인 대표가 되어 주민들의 상당수가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여러 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폭행하였다. 피해자들 중 임○○과 고△△은 모녀 사이로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녀들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하여 고△△은 자살을 시도한 후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고 다른 피해자들도 정서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피고인은 장기간 병석에 있는 배우자가 있었음에도 배우자에 대한 수발 등은 소홀히 한 채 배우자의 입원 등으로 오랫동안 성관계를 못하는 불만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 그 대상도 젊은 여성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가리지 아니하여 무차별적이고, 젊은 여성 피해자인 전○○을 성적 노리개로 삼았으면서도 연인관계라면서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전○○은 피고인의 성폭행으로 인하여 여러 차례 임신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은 위 피해자가 임신할 때마다 낙태시키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성폭행을 하였다.

 

이러한 범죄행위 자체만으로도 그 죄책이 무거운데, 피고인이 이 사건 공판절차 중 보여준 언행 등 범행 후 정상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무겁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수감 도중에도 피해자에 대한 위로나 사과는커녕 편지를 보내어 협박까지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판 중 10년이든, 20년이든 출소하면 피해자들과 고발인 등에게 피바다를 만들겠다면서 교도소에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고 그들에 대한 저주를 쏟아내고 있다. 피고인은 도의적이나마 반성하겠다는 언급을 하기는커녕 담당형사와 피해자들 및 청년회장 공소외 1 등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공판과정에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표현까지 표출하는 등 개전의 정도 전혀 없다. 마치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피고인의 언행에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조기에 출소할 경우 보복을 당할까 걱정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다수의 정상들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인에게 별다른 전과가 없다는 사정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하여 면소가 선고되는 점만으로는 피고인의 책임을 가볍게 할 만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의 적용 결과를 참고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며, 전자장치의 부착명령에 관하여 원심이 선고한 부착기간 20년은 앞에서 본 피고인에 대한 청구전 조사 결과에 비추어 다소 길다고 보이므로 이를 10년으로 감경하기로 한다.

 

 

신상정보 등록

 

이 사건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0. 4. 15.)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2조 제1항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게 되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2. 12. 18.) 5조 제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2. 7. 중순 13:00경 피해자 고△△보보스모텔” 205호로 데리고 가, “빌린 200만 원을 한꺼번에 갚든지, 애인이 되어 천천히 갚든지 선택해라고 말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 피해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위력으로 침대 위에서 피해자의 옷을 강제로 벗겨 2회 간음하고, 피해자를 침대 모서리로 끌고 가서 1회 간음하였다는 것이다.

 

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빌린 200만 원을 한꺼번에 갚든지, 애인이 되어 천천히 갚든지 선택해라고 말함으로써 위력을 행사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앞에서 본 파기사유와 같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제3항의 범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면소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나. 1)항 기재와 같은바, 앞에서 본 파기사유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에 따라 면소를 선고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창보(재판장) 전보성 현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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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추행미수 사건 법원판례 >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에서 폭행의 형태와 정도 및 추행의 의미와 판단 기준 / 추행의 고의로 폭행행위를 하여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나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경우, 강제추행미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밤에 술을 마시고 배회하던 중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는 피해자 갑을 발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뒤따라가다가 인적이 없고 외진 곳에서 가까이 접근하여 껴안으려 하였으나, 갑이 뒤돌아보면서 소리치자 그 상태로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고 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일 필요는 없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행위를 하여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나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강제추행미수죄가 성립하며, 이러한 법리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피고인이 밤에 술을 마시고 배회하던 중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는 피해자 갑(, 17)을 발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뒤따라가다가 인적이 없고 외진 곳에서 가까이 접근하여 껴안으려 하였으나, 갑이 뒤돌아보면서 소리치자 그 상태로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고 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과 갑의 관계, 갑의 연령과 의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행위 후 갑의 반응 및 행위가 갑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은 갑을 추행하기 위해 뒤따라간 것으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가까이 접근하여 갑자기 뒤에서 껴안는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갑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여서 그 자체로 이른바 기습추행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팔이 갑의 몸에 닿지 않았더라도 양팔을 높이 들어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려는 행위는 갑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행위에 해당하며, 그때 기습추행에 관한 실행의 착수가 있는데, 마침 갑이 뒤돌아보면서 소리치는 바람에 몸을 껴안는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에 관하여

 

.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일 필요는 없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241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행위를 하여 그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나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강제추행미수죄가 성립하며, 이러한 법리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1심 및 원심판결 이유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 피고인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2014. 3. 25. 22:10경 혼자 술을 마시고 직장 기숙사에서 나와 광명시 원노온사로 39번길을 배회하던 중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는 피해자(, 17)를 발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200m 정도 피해자를 뒤따라갔다.

 

() 피고인은 인적이 없고 외진 곳에 이르러 피해자에게 약 1m 간격으로 가까이 접근하여 양팔을 높이 들어 피해자를 껴안으려고 하였으나,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뒤돌아보면서 왜 이러세요?”라고 소리치자, 그 상태로 몇 초 동안 피해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연령과 의사, 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위 행위 후의 피해자의 반응 및 위 행위가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추행하기 위하여 뒤따라간 것으로 보이므로 추행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갑자기 뒤에서 피해자를 껴안는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 할 것이어서 그 자체로 이른바 기습추행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실제로 피고인의 팔이 피해자의 몸에 닿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양팔을 높이 들어 갑자기 뒤에서 피해자를 껴안으려는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행위에 해당하고, 그때에 이른바 기습추행에 관한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침 피해자가 뒤돌아보면서 왜 이러세요?”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피해자의 몸을 껴안는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미수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에서 그 행위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추행행위에 해당하는 폭행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이른바 기습추행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만으로는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라고 보기 어려워 강제추행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미수죄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른바 기습추행및 그 실행의 착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피고인의 상고에 대하여

 

피고인은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 파기의 범위

 

앞서 본 것과 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의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2. 보호관찰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

 

검사가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의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한 이상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8, 9조 제8항에 의하여 보호관찰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에 대하여도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된다.

 

비록 보호관찰명령 청구사건에 관하여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으나, 피고사건의 무죄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전부 파기하는 경우에는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보호관찰명령 청구사건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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