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세상속으로

수면제, 무조건 피하지 마라… 복용법 지키면 먹는 게 도움?


불면증엔 용량 지켜 2~3주 복용… 약물 안 들으면 원인질환 찾아야
이상행동 보일땐 즉시 복용 중단

직장인 고모(29)씨는 최근 불면증이 심해져 수면제인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얼마 전 시작한 직장생활에 적응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졸피뎀은 부작용이 심하고, 중독되기 쉽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처방받은 약을 쉽게 복용할 수 없어 고민이다.

고씨처럼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처방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 등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46만여 명에 달해 5년 전보다 약 57%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수면제인 졸피뎀 생산량도 2013년 19개 품목 1억1310만66정에서 2015년 1억2025만596정으로 증가세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이렇게 불면증 등 수면장애와 수면제 사용이 늘고 있지만, 수면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같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수면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의존성·부작용 위험이 있는 항정신성의약품인 데다가, 자살이나 기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종 수면제에 대해 일반인이 알기 쉽게 사용상 주의사항을 변경·추가하도록 지시했고, 대한수면학회는 수면제 사용지침을 발표했다. 대한수면학회 주은연 교육이사(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직접 불면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안전한 수면제 사용법을 알리기 위해 지침을 만들었다"며 "수면제는 올바른 복용법만 지키면 수면을 도와 건강 컨디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잠 못들어 불안감 심하면 수면제 복용

수면제는 불면증 초기에 일주일에 3일 이상 잠을 제대로 못자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복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특히 불면증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 자체가 심하게 불안하다면 수면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며 "불안함은 잠을 깨우는 코티솔을 분비해 불면증을 악화하고 만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외국을 오가는 여행이나 출장으로 생긴 시차 증후군, 교대근무자 등도 단기적인 수면제 복용이 도움이 된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안 될 때도 있다. 이미 3주 이상 지속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했을 때이다. 한진규 원장은 "보통 수면제를 3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이 나아진다"며 "3주가 지난 불면증의 경우 우울증·불안장애·수면무호흡증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때는 수면제 복용보다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수 있는데, 무턱대고 수면제만 복용했다간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불안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로 생긴 불면증에는 항불안 작용이 없는 수면제인 졸피뎀이나 스틸녹스는 효과가 없다"며 "그런데도 이들 수면제를 계속 사용하면 효과를 보지 못해 복용량을 늘리게 되면서 기억력 저하·이상행동 등 부작용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 수면제, 2~3주만 복용해야

수면제를 먹기로 결정했다면 올바르게 복용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대한수면학회의 지침도 수면제의 올바른 복용 방법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주은연 교수는 "대부분의 수면제는 중추신경 억제 작용을 해 졸음·어지럼증·두통 등 가벼운 부작용을 일으킨다"며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이러한 부작용이 심해져 기억력 저하나 몽유병 같은 이상행동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제는 정해진 용량으로 2~3주 정도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수면제 효과가 떨어지므로 주의한다. 취침 시간을 정하고, 잠들기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불면증 환자가 수면제를 먹고 숙면을 취한 후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주은연 교수는 "수면에는 점점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단계가 있는데, 일반적인 수면제는 잠이 들게 하는 첫 단계에만 작용한다"며 "수면제를 먹었기 때문에 숙면을 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고 말했다.


◇ 인지장애·이상행동 보이면 복용 중단

수면제를 복용한 후에 인지장애나 자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정석훈 교수는 "수면제를 먹고나서 엉뚱한 행동을 하고 기억을 못 하거나 판단력이 흐려지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며 "이런 경우 병원을 찾아 지속시간이 짧고 부작용 위험이 적은 약으로 바꿔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사출처_조선일보]